[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도전의 상징 허민(37) 고양 원더스 구단주와 ‘향운장’ 최향남(42)이 뜻깊은 릴레이 등판을 했다.
허민과 최향남은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희망더하기 양준혁 자선야구대회’에서 양신팀 선발 투수와 구원투수로 나란히 등판해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등판 내용도 깔끔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 마흔을 향해가는 이들의 야구를 향한 열정이었다.
허민은 이날 양신팀의 선발 투수로 나와 1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사진(대구)=한희재 기자
이날 야구인으로 최선을 다한 허민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성공한 기업인이자 독립 구단 고양원더스의 구단주다. 하지만 열정과 도전만큼은 순수한 야구 선수다. 경기 종료 후 허민은 “허리 부상 등이 있어서 사실 거동이 쉽지 않았는데 야구팬들에게 너클볼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좋은 뜻으로 개최한 행사이기 때문에 참여했다”면서 “오늘 공 상태는 좋지 않았다. 원래 시속 80km에서 90km정도 나오는데 60km 정도에 그쳤다.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부상을 당할까봐 힘을 빼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야구인 허민의 꿈은 계속된다. 허민은 “가끔 기업인으로 소개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다. 8년 동안 매일 3시간 동안 던져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허민은 “너클볼러들의 평균 수명이 45세라고 한다. 그리고 내 스승(필 니크로)이 48세에 은퇴했다. 내게는 10년이 남았다”면서 “꼭 메이저리거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될 때까지 해보는 것이다. 접근이 조금 다르지만 그런 마음”이라고 자신의 각오를 설명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불발된 최향남은 내년 시즌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대구)=한희재 기자
또 다른 도전의 아이콘, 최향남 역시 이날 자리를 빛냈다.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KIA에서 뛰던 최향남은 2005년 말 클리블랜드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미국에 건너가 훌륭한 성적을 냈지만 빅리그를 밟지 못했다. 이어 롯데로 돌아와 마무리 투수로도 활약하며 재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2008년 시즌을 마치고 다시 미국 무대에 도전했고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앨버커키서 9승2패 평균자책점 2.34로 호투했지만 다시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KIA로 돌아온 최향남은 시즌 종료 후 KIA에 방출을 요청하고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프링캠프 초정은 오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서 이미 최정상을 밟았지만 마흔이 넘은 그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마운드에 오르는 최향남의 표정은 밝았다.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막고 내려간 이후 포수로도 나서 팬들을 위한 자리를 빛냈다.
비록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최향남의 야구인생은 계속 될 예정이다. 꿈을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는 두 사람의 인생궤적은 그렇게 닮았다. 이들의 역경을 알고 있는 팬들 역시 두 사람의 등판에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한편 경기는 4회와 5회 대거 11득점을 올린 ‘종범신’ 팀이 ‘양신’팀에 11-6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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