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남자 쇼트트랙이 ‘소치 올림픽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불운이 발목을 잡고 있다. 1500m에서도 5000m 계주에서도 모두 넘어지는 사고와 함께 메달의 꿈이 무산됐다. 그 중심에 있는 남자 쇼트트랙의 희망 신다운(21)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신다운은 두 번이나 비슷한 장면으로 인해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일이 시작이었다. 메달을 기대했던 1500m 부문에 출전한 신다운은 준결승에서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다 넘어지면서 꿈이 산산이 조각났다. 순조롭게 선두를 달리다가 넘어져서 실격했고, 이 과정에서 동료 이한빈과 함께 엉켜 둘 다 낙마했다. 다행히 이한빈에게 어드밴스가 선언돼 결승에 올랐으니 망정이지 신다운은 동료의 레이스까지 망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뻔했다.
↑ 방심이든 안일함이든 혹은 부담이든, 어쨌든 신다운의 머리에 ‘잡념’이 어느 정도 들어있다.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자존심이 신다운의 정신집중에 달렸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1000m 역시 신다운이 해볼 만한 종목이다. 지난 2013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신다운은 1000m와 1500m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면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신다운은 빅토르 안을 비롯해 다카미도 유조(일본), 로버트 시퍼트(독일)와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상위 2명이 8강에 진출하는 방식에서 신다운은 빅토르 안과 함께 8강 진출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고, 결과적으로 1(빅토르 안)-2(신다운)위로 통과했다. 하지만 자칫 신다운은 쓴잔을 마실 뻔했다. 이번에는 ‘안일함’이 적이었다.
빅토르 안이 여유롭게 선두를 유지했고 신다운이 2위로 통과하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바퀴에서 일본의 유조가 무섭게 치고 나왔고 결승선 근처에서 추월까지도 가능한 장면이 형성됐다. 유조는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으나 신다운은 2위를 확정지었다는 방심이 찾아왔다. 다행히 비디오 판독결과 간발의 차(신다운-1분25초893/유조-1분25초905)로 2위를 지켰으나 이보다 허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뻔했다.
경기 후 신다운은 “넘어졌던 것이 떠올라 무리하지 않고 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것이 방심이든 안일함이든 혹은 부담이든, 어쨌든 신다운의 머리에 ‘잡념’이 어느 정도 들어있다는 방증이다. 엎친 데 덮쳐 신다운은 동료들과 함께 한 5000m 계주에서도 악몽을 꿨다.
자신의 1000m 예선 이후 펼쳐진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신다운은 이한빈 이호석 박세영과 팀을 이뤄 출전했다. 이 레이스에서 이호석이 미국 선수와 충돌하면서 일이 꼬였고 결국 한국은 3위로 경기를 마쳤다. 12년 만에 5000m 계주 결승진출이 좌절된 순간이다. 남자 쇼트트랙 팀의 악몽이라 불리는 배경이다.
신다운의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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