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주인 없는 산에 홀로 서 있는 유리한 모양새다. 딱히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대로 뿌리를 내린다면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산의 주인이라고 도장을 찍어줄 이는 아직 확실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행운이 따르고 있으나 어쩌면 이것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축구대표팀의 무주공산으로 통하는 ‘우측풀백’ 자리의 주인을 노리는 이용(28) 이야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일 그리스로 떠났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6일 새벽 2시에 펼쳐지는 그리스와의 평가전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를 결정짓기 위한 마지막 실험의 의미가 강한 경기다. 실험이나 곧 실전 같은 중요한 경기다. 그리스전을 통해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에 함께 할 23명이 확정된다 해도 과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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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에게 그리스전은 중요한 분수령이다. 차두리와 황석호 등 다른 카드에 대한 생각을 버리게 할 수 있는 기회이자 미련이 남을 수도 있는 위기다. 사진= MK스포츠 DB |
섣부를 전망이 어려울 정도의 팽팽한 공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흥미롭게도 한 포지션만은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분위기다. 오른쪽 풀백 자리인데, 명단 발표 때만해도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곳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월19일 그리스전에 출전할 24명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베테랑 차두리를 합류시켰다. “더 경쟁력 있는 풀백이 필요하다”는 발언과 함께 흥미로운 구도를 만들어냈다.
홍명보 감독은 “팀에 경험을 불어넣기 위해 차두리를 뽑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오른쪽 풀백 자리는 우리 팀에서 가장 경쟁이 지열한 곳이고,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차두리를 실험해볼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용 대세론’ 분위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이런 정황이라면 그리스전에서는 차두리가 출전하는 게 유력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차두리가 지난 2월25일 ACL 1차전을 소화한 후 햄스트링 부상이 발생, 소집직전 낙마한 것이다.
이용으로서는 행운이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한 차두리의 존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행운은 또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차두리 대체자원을 뽑지 않은 채 “중앙 수비자원 황석호를 오른쪽 측면으로 실험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황석호는 올해 초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진 전지훈련 때에도 이 같은 실험의 대상자였다. 하지만 당시 부상으로 평가에서 제외됐다. 홍 감독으로서는 그 미련을 이번 기회에 떨치고자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황석호도 J리그 개막전에서 부상을 입어 소집 직전 성남 박진포로 교체됐다. 홍명보 감독은 “연이어 황석호가 합류하지 못했다. 밖에서 지켜보겠으나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로 아쉬움을 전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를 짜기 전 저울질에서 황석호는 ‘가상의 겨루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는 차두리 역시 비슷할 공산이 크다. 부상이 회복돼 경기에 나서더라도 소속팀 활약만으로 비교해야한다.
부상을 당한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이용을 도와주고 있는 분위기다. 박진포가 가세했으나 그리스전 출전 가능성은 이용이 높아 보인다.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A매치에 데뷔한 후 꾸준히 성장하던 이용이 확실히 뿌리 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아
결국 그리스전은 분수령이다. 차두리와 황석호 등 다른 카드에 대한 생각을 버리게 할 수 있는 기회이자 미련이 남을 수도 있는 위기다. 그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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