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봉동에서의 생활이 편하다는 김남일은, 서서히 전북이라는 팀에 적응하고 있다면서 “내 몸속에 녹색 피가 흐르고 있었나보다”는 너스레까지 떨었다. 하지만 농담에 이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만큼 욕심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 8일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전북 데뷔전을 치른 뒤에는 “내가 전북에서 해야 할 일은 공을 잘 차는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후배들을 컨트롤 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하기 위해 왔다”는 말로 ‘소박한 배역’을 밝혔던 그가 “팀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난 아직 내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했다. 건강한 의미의 욕심이 생기고 있는 까닭이다.
김남일에게 지난 18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경기 소감부터 물었다. 김남일이 아시아 클럽대항전에 나선 것은 수원 소속이던 지난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게다 상대는 지난 시즌 우승팀 광저우 에버그란데였고 원정이었다. 여러모로 부담이 됐던 경기다. 김남일도 상대에 대한 강함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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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일이 자신의 몸속에 녹색 피가 흐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며, 팀은 좋아지고 있으나 자신은 좋아져야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
이 경기는 광저우의 3-1 승리로 끝났다. 전북의 패배 이후 잡음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2 상황이던 후반 13분 문전 혼전상황에서 터진 정인환의 헤딩골이 반칙으로 선언되지만 않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팬들의 답답함이 이어지고 있다. 오심에 가까운 판정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일 당시 영상을 첨부한 서신을 AFC에 보내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다.
관련해 김남일은 “판정에 대해서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처음부터 이상하기는 했다. 괜히 우리 쪽에 유리한 파울을 많이 분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 결정적일 때 그쪽 편을 들어주긴 했지만”라는 말로 덧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쨌든 결과는 패배였다. 하지만 김남일은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든지 우리만의 축구를 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비록 졌으나 광저우전에서도 전북은 전북다운 경기를 펼쳤던 것 같다”는 말로 만족감을 전했다.
지난 8일 부산과의 데뷔전 때만해도 “솔직히 아직은 내 팀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는 솔직한 심경을 전했던 김남일이지만 어느새 “서서히 적응이 되고 있다. 아직 후배들과의 관계가 어색하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는다”는 말로 ‘녹색 피의 원천’ 전북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애정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플레이에도 욕심이 들고 있다.
김남일은 “광저우전도 결국 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솔직히 감독님을 볼 면목이 없다.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단순한 사과가 아니다. 끓고 있는 승부욕의 발현이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의 다른 말이다.
안팎에서 김남일 영입에 대한 칭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최강희 감독도 “김남일 아저씨가 가세하면서 다른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정혁 같은 선수가 대표적이다. 김남일과 짝을 이루면 편안하게 플레이를 한다”는 말로 ‘김남일 효과’를 에둘러 설명했다. 하지만 김남일은 “그럼 그렇게 말해주셔야지 어떻게 하는가”는 말로 손사래를 쳤다. 적어도
스스로도 “욕심이라면 욕심일 수 있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다”는 각오를 전했다. 팀은 좋아지고 있지만 자신은 좋아져야한다는 김남일. 팀이 좋아지고 있기에 자신이 더 좋아져야한다는 말은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이자 이적생으로서의 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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