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절묘한 타이밍이다. 최소 세 번은 겨뤄야 하나 참 절묘한 시기에 만났다. 승리에 목마른 가운데 K리그 클래식의 대표적인 먹이사슬 관계인 제주와 서울이 맞붙는다.
참 묘한 관계다. 먹고 먹히는 게 아니라 피해관계가 명확하다. 제주는 서울이 싫고 밉다.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겠다고 다짐해도 결과는 비기거나 패했다. 이긴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2008년 8월 2일 이후 18경기 연속 무승(6무 12패)이다. 어느새 만 6년이 다 되어간다.
속이 탄다. 잡을 뻔 했지만 천적 관계는 쉽게 깨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26일 ‘탐라대첩’이라며 서울전 필승을 다짐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승리를 날렸다. 그렇게 제주는 서울에게 ‘승점 제조기’였다.
서울은 제주만 만나면 신이 났다. 2010년, 10년 만에 정상을 밟을 때도 그 제물이 제주였다. 데얀이 떠나면서 최악의 시즌이 전망됐고 예상대로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동네북이었다. 9라운드까지 절반이 넘는 5번을 패했다. 그리고 딱 1번 이겼는데 ‘만만한’ 제주를 상대로 거뒀다.
![]() |
↑ 제주와 서울의 천적관계는 어떻게 될까. 깨질까 아니면 지속될까. 사진=MK스포츠 DB |
제주는 오름세다.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7경기 연속 무패(3승 4무) 행진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휴식기를 마친 뒤 1위 포항, 2위 전북과 비겼다. 제주가 잡을 뻔 했던 경기들이다.
4위에 올라있는 제주(승점 26점)는 이번 16라운드에서 승점 3점을 추가하면 선두 포항(승점 30점)을 승점 1점차로 바짝 쫓는다. 서울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2배다.
더욱이 제주는 FA컵 후유증이 없다. 32강에서 일찌감치 떨어져 주중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반면, 서울은 지난 16일 FA컵 16강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다. 체력 소모가 큰데 100% 전력을 쏟았다. 피곤한 가운데 제주로 날아가 3일 만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 서울에겐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제주로선 절묘한 타이밍에 서울을 만났으니 미소를 지을 터다.
하지만 서울도 나쁘지 않은 일정이다. 그들에게도 절묘한 타이밍에 제주를 만났다. 힘든 건 사실이고 고비다. 그럴 때 절대 강세를 보이는 제주를 상대하니 없던 힘도 절로 난다.
무더위가 찾아오니 서울은 다시 ‘강팀’의 DNA가 되살아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하다가 시즌 중반 이후 서서히 살아나는 패턴을 보이는데 올해도 다르지 않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서울은 오름세다. K리그 클래식에서 1승 2무를 거뒀고, FA컵 16강에서는 ‘천적’ 포항을 꺾어 자신감이 충만하다.
서울도 중대한 시기에 제주를 만났다. 서울(승점 17점)은 7위에 올라있다. 6위 울산(승점 20점)에 승점 3점차다. 6위와 7위는 1계단이나 하늘고 땅 차이다.
더 높이 올라가려는 제주나 서울이나 승점 3점이 절실하다. 흐름은 매우 좋다. 때문에 더욱 절묘한 타이밍이다. 서울은 이번에도 이기고 싶을 테고 제주는 이번에야말로 이기고 싶을 테다. 두 팀의 오묘한 관계는 지속될까, 아니면 깨질까.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