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봉동이장의 ‘독수리 사냥’은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1주일 전 황새 사냥에 성공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번에 독수리마저 잡아 선두를 굳게 지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봉동이장의 총 못지않게 독수리의 방탄복도 최고였다.
일단 상대는 100%가 아니었다. 서울은 힘을 단단히 뺐다. 오는 2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포항과 2차전을 대비해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 주장 김진규를 비롯해 김치우, 에스쿠데로는 서울로 올려보냈다. 최용수 감독은 이를 가리켜 ‘미래지향적인 베스트11’이라고 표현했다.
최용수 감독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몰리나, 에벨톤, 오스마르, 차두리, 고명진 등을 교체 명단에 넣었지만)보험을 가급적 쓰고 싶지 않다.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입는다. 현실적으로 K리그 클래식에서 선두 전북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 최강희 감독의 독수리 사냥은 실패했다. 한 방은 맞혔지만 두 방은 못 맞혔다. 사진=MK스포츠 DB |
전북이 서울전 콘셉트를 ‘최강희 감독의 독수리 사냥’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한방 먹었다”라며 껄껄 웃었다. 독수리는 최용수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이다. 그러면서도 최용수 감독은 “자세히 보니 총이 구식이더라. 연사가 되지 않는 총이다. 한방 정도는 맞을 수 있겠지만 난 방탄복을 입고 있다”라며 재치를 보였다.
그런 서울을 바라보는 최강희 감독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서울은 언제나 그렇듯 전북에게 상당히 까다로운 팀이다.
최강희 감독은 “(주전을)빼도 서울은 만만치 않다. 인천전에 드러났듯 동기유발 효과가 크다. K리그 경험도 가진 이들이 많다. 2진이 아니라 실질적인 1진이다”라며 “최용수 감독이 공격수 출신인데 수비 전술이 상당히 섬세하다. 수비 전환도 매우 빠르다”라고 경계했다.
최용수 감독이 자랑하던 방탄복은 최우수품질이었다. 38골로 K리그 클래식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전북의 공격을 다 막아냈다. 뚫기가 여간 어려웠다. 전북은 볼 점유율을 높이며 서울을 압박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서울의 두꺼운 수비에 막혔다. 전반 45분 동안 슈팅은 고작 2개였고 골문 안으로 향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윤일록에게 한방을 얻어맞았다. “작은 실수가 경기를 망칠 수 있다”던 최강희 감독이었는데, 이승기의 패스 미스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이 실점이 전북의 ‘닥공’을 깨웠다. 반격에 나선 전북은 서울을 몰아붙였고 후반 16분 이동국이 그 두꺼운 서울의 방탄복을 뚫었다.
기가 완전히 살아난 전북이었다. 일방적이었다. 전북은 왼쪽, 오른쪽, 가운데 등 방향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펀치를 휘둘렀다. 서울의 수비는 위태로웠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보였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이 믿은 방탄복에는 골키퍼 김용대가 있었다.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온 김용대는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신들린 선방으로 전북의 파상공세를 모두 막아냈다.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이동국과 카이오의 잇단 슈팅을
전북은 골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후반 43분 프리킥에 이은 카이오의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오히려 경기 종료 직전 윤일록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전북은 무릎을 꿇었다. 최강희 감독의 총은 위력적이었지만 최용수 감독의 발언대로 딱 한방만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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