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첫 시험이다. 3일의 짧은 준비기간을 고려해 전 과목 100점을 얻기란 어렵다. 그러나 ‘수비’ 과목에 있어선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욕심이 있다. 무실점. 그 동안 집중적으로 기초공사를 다졌던 수비다. 슈틸리케 감독의 주문을 선수들이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포인트다. 또 하나의 중요 포인트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골키퍼 김승규(울산)의 활약 여부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공격을 잘 하면 경기를 이기고 수비를 잘 하면 대회 우승을 한다는 격언이 있다”라며 “파라과이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해 수비가 안정됐다는 걸 증명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파라과이전 목표로 ‘완벽함+무실점+승리’라는 세 가지를 들었다. 완벽한 경기력을 펼쳐야 무실점이 가능하고 승리까지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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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완벽함+무실점+승리를 목표로 세웠다. 김승규(사진)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사진(파주)=한희재 기자 |
그러면서 이전 평가전과 다르게 초점이 전방이 아닌 후방에 쏠린다. 승리라는 결과를 얻어야 하나 슈틸리케 감독이 만족하고 축구팬의 가슴에 와 닿을만한 내용을 펼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슈틸리케 감독의 손길이 많이 닿은 수비다.
시험 상대도 알맞다. 파라과이는 세계랭킹 60위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에서 볼리비아(94위), 베네수엘라(66위)에 이어 뒤에서 세 번째다. 2014 브라질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강호다.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저력(8강 1회·16강 2회)이 있다.
브라질월드컵 직전 본선 진출국과 두 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카메룬을 2-1로 이겼고, 프랑스와 1-1로 비겼다. 지난달 UAE전(0-0 무)을 제외하고 꾸준하게 골도 넣고 있다. 파라과이의 최전방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산타크루스(말라가)가 서있다.
자연스레 ‘최후의 보루’ 김승규에게도 시선이 간다. 간단히 말해, 그가 뚫리면 미션 실패다. 뒤집어 그가 다 막아내면 미션 성공이다.
김승규도 의욕이 넘친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7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경쟁자 김진현(세레소 오사카)도 놀라고 부러워 할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었다. 그 기세를 자신의 A매치 기록에도 잇고 싶은 김승규다.
지난해 8월 페루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김승규는 통산 6경기에 나가 7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17실점이다. 지난 1월 0-4로 대패했던 멕시코전 때문이다.
그가 A매치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건 2번이었다. 데뷔 무대였던 페루전(0-0 무)과 미국 전지훈련 중 치른 코스타리카전(1-0 승)이었다. 다른 4경기에선 ‘뚫린 거미손’이었다.
특히, 최근 그가 뛴 A매치에서 한국은 잇달아 패했다. 멕시코에게 0-4로, 벨기에에게 0-1로 졌다.
무실점, 그리고 팀의 승리. 그 마지막 경기가 어느새 9개월이 지났다. 다시 해낸다. 김승규가 꿈꾼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도 그걸 바라고 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