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박용택(36‧LG 트윈스)은 야구밖에 모르는 남자다. 잘 때도 방망이를 안고 잔다는 말도 있으니 참 변함없는 독종이다. 그런데 박용택이 야구 외에 또 미치는 분야가 있다.
“야구 외적인 시간에 뭐 합니까”라고 물으니, 고민도 없이 “쇼핑하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다. 박용택은 옷을 잘 입는다. ‘패셔니스타’로 불린다. 뛰어난 패션 감각과 심미안으로 대중의 유행을 이끄는 사람을 그렇게 칭한다. 박용택의 쇼핑은 단순한 쇼핑의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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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외야수 박용택은 야구계의 패션 리더로 불린다. 사진=천정환 기자 |
사실 남자 입에서 “취미가 쇼핑”이라는 말은 꺼내기 힘들다. 왠지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비춰지기 때문. 그런데 박용택은 당당히 밝힌다.
“이렇게 말하면 되게 웃긴데, 뭐라 그래야 하나…. 그냥 옷 좋아하는 거 아니고, 약간 그런 수준을 넘어갔다.” 조금은 멋쩍은 미소 뒤로 눈이 번뜩인다.
“뭘 막 사고 그런 쇼핑이 아니다.(웃음) 쇼핑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또 패션 쪽에 아는 지인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하고 만나서 밥 먹으면서 그런 쪽에 대해 얘기도 해보고 그러면서 즐긴다.”
사실 박용택은 패션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 전문가들의 눈에 띌 정도로 감각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패션 잡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야구장 밖 그의 패션은 눈길이 쏠렸다. 시상식에서 수트를 입은 박용택은 최고의 찬사를 받아왔다. 지난 2013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스트라이프 패턴의 수트에 벨벳 소재의 영국 왕실에서 신는 살롱 슈즈를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얻은 영감은 시상식장의 레드 카펫이었다.
“어릴 땐 그런 생각이 정말 많았다. 은퇴 후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든지,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어릴 때 이런 생각도 했다. 국내에서 은퇴하고 이탈리아 같은 나라로 용병으로 진출해 야구를 몇 년 더 하면서 패션 관련 공부를 해보려고 하기도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에 가까워져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한다.”
박용택은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기 위해 실제로 디자인 공부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에게 과외수업을 받으며 스케치북에 선 긋기 기초부터 배우기도 했다. 박용택은 “디자인이 머릿속에는 항상 나오는데 그걸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아내에게 가르쳐달라고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안 한다”며 웃은 뒤 “요즘은 꼭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대신 생각한 디자인을 그려주는 보조를 둔 디자이너도 많다”고 말했다.
박용택이 패션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야구 외에 좋아하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다.
“난 딱히 취미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별로 없다. 골프도 안친다. 술은 좋아하긴 하는데 시즌 때는 정말 쉬기 전날 아니면 안 마신다. 어릴 땐 좀 마셨는데 그것도 이젠 힘들다.”
“패션은 재밌다. 스트레스를 잘 푸는 법이 굉장히 중요하다. 난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다. 어릴 땐 그 방법을 잘 몰랐는데 이젠 스트레스도 즐길 수 있게 생활화 돼 있다. 적당히 풀고 긴장하는 조절을 하게 됐다. 결국은 다 경험이다. 그 방법이 쇼핑이다. 재밌다. 스트레스나 안 좋은 일들을 가장 빨리 잊어버릴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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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캐주얼 복장으로 야구 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한 박용택. 사진=천정환 기자 |
박용택은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4년간 50억원에 재계약해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았다. 우
LG가 4년 연속 우승을 한다고 가정하면, 4년 뒤 디자이너 박용택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박용택은 “그건 절대 아니다. 그냥 취미 생활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