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김성근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선 요즘 김성근 관련 뉴스가 시즌 때 류현진 보다 더 읽힌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김응용 감독이 비아냥대듯 내뱉은 ‘야신’이란 조어가 이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성역이 됐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20세 때 고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감당하기 힘든 차별과 냉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한국 최고의 지도자가 됐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가 걸어온 인생은 처절할 만큼 고통스런 인고(忍苦)의 시간이었다. 남들이 쉴 때 그는 손가락이 문드러질 정도로 공을 던졌고, 남들이 잘 때 그는 야구 기술서적을 뒤척거렸다. “프로선수에게 휴식일이 왜 필요한가”, “잠자는 시간만큼만 훈련하면 성공한다”고 부르짖는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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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시즌 프로야구는 김성근 한화 감독과 나머지 9명의 감독 싸움으로 흥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다른 감독들이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맛보며 안주할 때 김성근 감독은 더욱 자신을 매질한다. “우승한 뒤 딱 한 시간만 즐기고, 바로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는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다. 야구는 그에게 스포츠가 아니다. 고귀한 정신이고 혼(魂)이고 인생이다.
벌써부터 전문가들은 한화를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지난 해까지 3년 연속 꼴찌 팀을 단번에 우승후보로 들먹이는 데는 김성근 감독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김성근 감독이 없다면 제 아무리 폭풍 FA 영입을 했다 해도 이 정도 평가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4년 연속 통합우승의 류중일 삼성 감독도 김성근 감독의 도도한 등장에 초라해 지고 말았다. 창단 3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김경문 NC 감독, 만년 약체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염경엽 넥센 감독, 난파 직전의 팀을 4강으로 견인한 양상문 LG 감독 모두 김성근 감독 앞에서 작아지는 모양새다.
김성근 감독과 가장 연장자인 김용희 SK 감독의 나이 차는 13세. 가장 적은 김기태 감독과는 27년 차다. 김성근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은 모두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저 마다 확실한 야구이론을 갖고 있으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야구에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프로세계의 성패는 결과가 말해 준다. 김성근 감독을 이기지 못하면 그가 내세우는 야구 역시 지는 것이다.
야구계에서는 “젊은 감독들 중 김성근 감독만큼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김성근 감독을 이기려면, 아니 ‘김성근 야구’를 이기려면 그 이상의 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류중일 감독 입장에선 고작 한국시리즈에서 3번 우승한 김성근 감독이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 몇몇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