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전성민 기자] “괜찮아.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자신 있게 말하면 돼.”
윤경신(43) 한국 남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이 긴장한 채 인터뷰를 하는 김연빈(18·부천공고)에게 귓속말을 한다. 이에 용기를 얻은 김연빈은 자신을 향해 있는 수많은 방송 카메라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전한다. 국가대표 데뷔전만큼 긴장된 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윤경신 대표팀 신임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강욱 대표팀 코치와 정의경(두산), 김연빈이 함께 했다.
↑ 윤경신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윤경신 감독이 이번에 구성한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6.9세다. 김연빈을 비롯해 박재용(대전 대성고) 박영준(원광대) 김준형(경희대) 구창은(한국체대), 하태현(한국체대) 등의 젊은 피들이 대거 발탁됐다. 윤 감독이 이중 막내인 김연빈을 취임기자회견에 함께 데려온 이유는 분명했다.
윤경신 감독은 “김연빈은 대표팀의 막내다. 장래가 유망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정의경 등 주축 선수들이 있지만 이외의 다른 선수들을 발굴해야 한다. 축구대표팀의 이정협 같은 선수가 핸드볼에도 나와야 한다”며 “어린 선수들을 보강하고 과감하게 경기에 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윤 감독의 바람. 윤경신 감독은 김연빈에게 “앞으로 인터뷰도 많이 해봐야 한다”며 큰 선수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김연빈은 “대표팀의 막내이고 고등학생이다. 삼촌들하고 함께 패기 있는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 긴장은 많이 하고 있고 기대도 하고 있다. 막내의 군기가 딱 잡혀서 열심히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김연빈과 대표팀 최고참 임덕준(35·두산)의 나이차는 17세. 삼촌이라는 말이 틀린 호칭은 아니다.
어렵게 인터뷰를 마치고 식사시간이 되자 윤경신 감독은 다소 의기소침해진 김연빈 기살리기에 나섰다. 공적인 자리가 끝나자 감독이 아닌 삼촌으로 돌아갔다.
윤경신 감독은 김연빈에게 취미, 체중 등을 물어보며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 윤 감독은 “(김)연빈이가 10cm만 더 크면 정말 잘 할 것이다. 음식 남기지 말고 많이 먹어라. 그래도 안 되면 내 키를 떼어 가라”며 농담을 건냈다. 대표팀 선배 정의경 역시 “자장면 한 그릇 더 먹어라”며 후배를 챙겼다.
김연빈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만호 경희대 감독의 아들이다. 한국 남자 핸드볼 대표팀에서는 처음으로 부자대표 선수가 나왔다.
라이트백인 김연빈은 원래 오른손 잡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오른손에 깁스를 한 후 반대손으로 연습했고 이후 왼손을 사용하게 됐다. 중학생 때까지는 양손으로 모두 슛을 던지며 주목을 받았다. 김연빈은 “대표팀에 뽑히게 된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윤경신 감독은 김연빈에게 멀리 내다볼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고등학생은 대학 선수 혹은 성인을 당장 앞설 수는 없다.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 장기간으로 봤을 때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자신의 운동을 충실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당부를 남겼다.
윤경신 감독은 취임기자회견 내내 대표팀 막내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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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빈은 윤경신 감독 덕분에 값진 생애 첫 경험을 했다. 사진(서울)=전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