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결혼도 했고 연봉도 인상됐다. 마음이 편해야 할 선수의 표정이 미묘하다. 할 이야기는 많았고, 머릿속은 복잡했다.
LG 트윈스 유니폼만 입고 15년을 꼬박 마운드를 지킨 남자, 이동현(32). 프로 데뷔 이후 “가장 고민이 많다”는 그에게 ‘겸손’을 빼고 ‘솔직’을 담았다.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1차 스프링캠프에서 이동현은 144경기로 늘어나는 올 시즌을 겨냥해 풀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 보완에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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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투수 이동현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얼굴에 바른 선크림이 땀에 젖어 지워진 채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그에게 짙은 근심이 포착됐다.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동현은 “여기 와서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고 했다. 안 먹던 약도 먹기 시작했다. 운동 후 회복제, 운동할 때 집중되는 약 등 이것저것 챙겨 먹는 게 많아졌다. “난 예전에 수술을 하고나서 보충제도 안 먹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봉)중근이 형이랑 약을 사러 가고 약을 먹고 있더라. 내가 올해는 뭔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동현은 올해 첫 투수조장을 맡으면서 어깨의 짐이 늘었고, 올 시즌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해야 하는 부담감도 컸다. 이동현은 올해 예비 FA 시즌이다.
“최근 2년간 LG는 투수 파트가 잘했다. 중근이 형이 2년간 조장을 맡다가 내가 맡았는데 갑자기 무너질까봐 걱정도 많이 된다. 사실 어린 선수들도 다른 조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 잘해서 걱정은 되지 않고, 지금은 2군에 있지만 (김)광삼, (이)상열이 형이 있어서 투수 파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발도 (류)제국이 (우)규민이 둘 다 욕심이 있어서 빨리 올라올 것 같다. 솔직히 투수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생각이 많아지고 걱정이 된다. ‘봉중근 있을 때 더 잘했는데’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이동현 있을 때 더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동현은 조장으로서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긴장감에 다른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단다. 스트레스의 시작인 셈. “절대 겸손한 게 아니다. 어린 친구들이 워낙 잘하고 좋다. 어린 선수들이 밤낮으로 훈련을 하면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진짜 무섭다. 나도 밤에 혼자 몰래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동현의 경쟁 의식이 더 강해진 이유는 예비 FA 시즌이기 때문. 특히 올해 성적이 무조건 중요한 이유도 있다.
지난 연봉협상 시즌 LG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선수는 불펜의 핵 이동현이었다. 외야수 박용택이 4년 50억원에 FA 계약을 하며 영원한 LG맨으로 남으면서 이동현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이동현은 2001년 고졸신인으로 LG에 입단한 뒤 세 차례 수술을 딛고 이겨내며 LG에 헌신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동현은 2013시즌 6승3패 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3.00, 2014시즌 5승1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하며 LG의 불펜을 최강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연봉 앞에선 늘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8500만원에서 1억7500만원으로 오른 뒤 올해 연봉 3억원에 사인했다. 2년 연속 인상폭은 컸으나 그동안 이동현의 활약상에 비하면 충분한 연봉 수준은 아니었다.
이동현과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서운한 감정이 적잖게 흘러나왔다. 그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신연봉제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서운한 감정이 많더라도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예비 FA 프리미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LG에서 생각하는 내 가치는 이 정도였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곧바로 하소연을 늘어놨다. “신연봉제 이후 깎여도 보고 올라도 봤다. 몇 년 전에 받아야 할 금액을 이제야 받은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LG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날 필요로 하는 다른 팀이 있다면 그곳에서 던지는 것이 날 위해 더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동현은 한숨을 푹푹 내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해도 사실 LG에 뼈를 묻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LG에 뼈를 묻어야 하는 운명인데 그냥 매년 협상 하고 이때가 되면 서운함에 이런 생각이 든다.” 그는 허탈한 웃음으로 넘겼다.
이동현이 왜 이번 캠프에서 고민이 많아졌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동기부여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올 시즌에 대한 불안감이 동시에 그를 조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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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현이 LG에서 새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헨리 소사와 어깨 동무를 한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그가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3년 연속 풀타임 필승조의 핵 역할이다. 보통 불펜 투수들이 2년 연속 강렬한 피칭을 선보인 후 3년차 때 주춤하는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였다. “중간투수들은 기본 성향이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2~3년을 잘하기 쉽지 않다. 그런 기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중간투수가 홀대받던 시대가 가고 각광받는 시절이 왔다. 올해도 잘 던져야 내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동현은 지난해 결혼을 한 뒤 책임감도 커졌다. 그를 누르는 또 하나의 짐이었다. “이젠 현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오랜 시간 연애를 했는데도 결혼하고 나니까 현실에 들어와 있더라. 책임감이 무섭게 든다. 내가 잘해야 아내가 잘해서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캠프 기간 내내 새벽에 꼭 한 번 이상 깼다. 예전에는 전혀 없었던 일. 정확히 어느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모른 채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떨쳐내고 있지만, 여전히 생각은 많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팀에 또 헌신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줄무늬
“한 시즌 동안 부상 없이 팀에 헌신을 하는 것이 목표다. 내가 후배들을 잘 챙기고, 좋은 가정을 꾸리고, 좋은 금액에 LG 트윈스에 남는 것, 그 이상의 목표를 세워본 적은 없다. 난 LG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중간투수로 남고 싶다. 김용수, 이상훈 선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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