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클럽하우스 복도로 들어서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 다소 날렵해진 몸, 변하지 않은 것은 눈빛 하나였다.
시애틀 매리너스 40인 명단의 일원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최지만(24), 그를 공식 훈련 첫날이었던 26일(한국시간)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났다.
“15파운드(약 6.8키로그램) 정도 감량했다. 팀에서 체중을 줄이라고 했다. 예년보다 일찍(1월 중순)와서 운동을 해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하지만,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 연이은 악재 속에 2014년 한 해를 보낸 최지만은 두 번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美 피오리아)= 천정환 기자 |
“장타력을 보여준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작년과 차이가 있다면, 이전에는 보여주는 것보다는 적응하는 것에 중점을 뒀지만, 올해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감도 있겠지만, 최대한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가 “보여준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해 겪은 시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적지 않은 시련에 시달렸다. 4월에는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50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메이저리그 확장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다. 난생 처음으로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 참가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11월에 시즌을 접어야 했다.
안 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금지약물 복용 징계는 받아들이기 힘든 시련이었다.
“내가 팬들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팬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너무 고민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 검진까지 받았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팀에서는 소량이라는 점 때문에 고의가 아니라는 내 주장을 인정해줬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변호사나 구단에서는 ‘너는 이제 떳떳하니 신경 쓰지 마라’고 격려해주고 있다.”
징계로 2달 가까이 뛰지 못한 그는 6월 소속팀 타코마로 복귀했다. 시즌 성적은 70경기 타율 0.283 출루율 0.381 장타율 0.392 5홈런 30타점. 1루를 주로 보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강등된 1루수인 저스틴 스목에게 1루 자리를 내주고 외야수로 26경기에 출전했다.
“어느 날 팀에서 외야수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외야 수비에 애를 먹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더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1루수는 계속해서 공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외야수가 수비에 대한 부담은 덜한 거 같다.”
그는 시즌 이후 베네수엘라 윈터리그 티그레스 데 아라구아에서 외야수 경험을 더 쌓았다. 처음 경험한 남미 야구는 새로운 문화 충격이었다.
“첫 경기가 원정경기였는데 홈런을 때렸다. 상대 팬들에게 엄청 혼났다. 돌도 맞고, ‘경기 끝나고 죽을 준비를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적응은 잘 해갔는데 욕심을 부리다 순가락 부상을 당했다. 경기를 많이 못 뛴 게 아쉬웠다.”
↑ 최지만이 26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시작된 공식 훈련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 천정환 기자 |
“트리플A에 남은 선수들 중에는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불참 통보를 받았다. 나머지 선수들은 그전에 연락을 받고 미리 포기하고 있었는데, 나는 5일전에서야 얘기를 들었다. 섭섭하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약이 된 거 같다.”
미국 야구 데뷔 6년차. 이제는 제법 조바심이 들 때다. 꿈의 무대가 잡힐 듯
그리고 그 첫 무대는 두 번째로 맞이하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다.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는 자신에게 큰 의미가 될 거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훈련장으로 달려나갔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