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꿈은 반대라더니….” 슈틸리케호의 승선 소식을 전해들은 김은선(27·수원)은 깜짝 놀란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안도했다. 지난달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약속을 마침내 지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10월 부임했을 때부터 그를 유심히 지켜봤지만, 김은선은 그 시선이 피부로 닿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 멤버로 소집됐을 때도 그랬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은선은 “청백전에서 자책골을 넣고 교체 아웃도 됐다. 그 자책골이 임팩트가 있었나. 주위에선 기대가 컸지만 솔직히 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피곤하다’라고 귀찮듯이 말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은선은 17일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전(27일) 및 뉴질랜드전(31일)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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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선은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의 꿈이 5개월 앞서 이뤄졌다. 사진=MK스포츠 DB |
말은 그래도 누구보다 태극마크의 꿈이 컸다. 소속팀의 스페인 전지훈련 도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하늘 나라로 떠나기 닷새 전 통화가 마지막 대화였다. 유년 시절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랐던 김은선으로선 그 슬픔이 매우 컸다. 더욱 독한 마음으로 축구화 끈도 동여맸다.
김은선은 “내가 걱정할까봐 가족들이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걸 알리지 않았다. 귀국 후 납골당을 찾아 할머니께 올해 꼭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보다 할머니께서 기뻐하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은혜 은(恩) 베풀 선(宣)인 그의 이름대
김은선은 “사실상 이번이 첫 발탁이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경기에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가진 모든 걸 보여주겠다. 내가 잘 하는 궂은일을 하겠다. 수원처럼 몸을 던지며 뛸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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