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5일 프로야구 종합]
야구계 속언 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표현만 다르지, 결국 각본 없는 드라마로써 극적인 뒤집기를 뜻한다. 5일 프로야구 KBO리그가 딱 그랬다. 단, 이날 야구는 9회가 아닌 7회부터였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LG에게 9회는 악몽이었다.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에서 3-0으로 앞서다 9회 최형우(삼성)에게 2점 홈런을 맞고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지난달 29일에도 브렛 필(KIA)에게 9회 끝내기 역전 홈런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 |
↑ LG의 정성훈(왼쪽)이 5일 잠실 삼성전에서 9회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반면, 승리를 지키지 못한 임창용(오른쪽)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마무리 수난시대는 계속됐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못 잡은 ‘창용불패’의 임창용(삼성)은 첫 실점과 함께 첫 패전의 쓴맛을 함께 맛봤다. 5.40의 평균자책점.
KIA와 롯데도 7회부터 야구를 몸소 실천했다. 빈틈없는 KIA는 빈틈 많은 kt를 7연패로 몰아넣었다. 호랑이는 비룡의 날개를 단 데 이어 마법까지 배웠다.
문경찬과 옥스프링이 펼친 ‘의외의’ 투수전에서 승부가 갈린 건 7회였다. KIA의 2-1 불안한 리드 속에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의 주인공인 최희섭이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사 1,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팽팽하던 균형이 깨졌다.
kt가 버틸 수 있는 힘은 거기까지였다. 8회 1점을 더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임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벌써 7번째다. 믿었던 방방이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4월 들어 4경기에서 딱 4점만 뽑았다. 이것저것 손볼 게 많다만, 공격력 강화 마법까지 절실하다.
부산에서 곰은 잠자는 거인의 코털을 건드렸다. 6회까지는 4-4. 그러나 진짜 승부는 7회 이후부터였다. 롯데는 kt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할지 모를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7회 첫 타자 김민하가 1점 홈런으로 균형을 깨트리더니 3안타 1홈런 1볼넷을 묶어 3점을 더 추가했다. 8회에는 7회보다 두 배 더 많은 8점을 뽑았다.
2회와 7회 아치를 그려도 힘이 남아돌던 강민호는 8회 만루 홈런마저 날렸다. 1경기 3홈런과 함께 8타점으로 1경기 개인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두산은 7회부터 8회까지 6명의 투수를 동원했지만 거인에게 짓밟히기만 했다.
NC는 어느새 널뛰기 팀이 됐다. 승리-우천순연의 반복이다. 봄비로 인해 흐름이 끊길 만도 한데 연승 모드다.
게다가 장사가 따로 없다. 누구랑 만나도 화끈하다. 4월 들어 10득점-11득점-9득점. 한화는 지난 3일에 이어 또 다시 박살이 났다.
![]() |
↑ 최희섭(왼쪽)은 ‘스타’다. 5일 수원 kt전에서도 7회 쐐기 타점을 올리며 KIA의 6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손민한은 653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이젠 끝났다’라는 혹평도 들었으나 40세의 나이에 일군 승리였다. 반면, ‘볼넷 남발’의 대명사가 된 한화 선발 유창식은 단 1개의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6실점을 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