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손에 땀을 쥐던 접전은 다소 허탈한 결말을 연출했다.
9일 대전경기 9회말 한화의 5-4 끝내기 승을 완성한 마지막 플레이는 LG 1루수 양석환의 끝내기 실책이었다. 한화 1루주자 강경학이 후속타자 주현상의 희생번트 타구에 3루까지 내달리자 당황한 양석환의 ‘허둥지둥 송구’가 뒤로 빠지는 큰 사고로 이어졌다.
이보다 한시간쯤 전, 잠실경기 9회초에서는 두산 1루수 고영민의 발에 걸려 넥센 타자주자 서건창이 고꾸라지는 위험천만한 충돌 장면이 나왔다.
무사 1루서 서건창의 땅볼 타구를 잡아 2루에 먼저 뿌렸던 고영민이 되돌아온 송구를 받았으나 1루 베이스를 제대로 찾아 밟지 못한 채 뒷발로 그만 타자주자의 발을 걸고 말았다.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한 3루수 양석환은 7경기째 만에 처음 1루에 선 경기. 2루수 고영민은 생애 첫 1루수로 나선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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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대전경기 9회말 끝내기득점에 성공한 한화 강경학의 뒤에는 끝내기실책을 기록한 LG 1루수 양석환의 아픔이 있었다. 사진(대전)=김재현 기자 |
‘수비의 명가’ 삼성이 9일 현재 11개의 실책으로 1위에 올라있는 이변에는 구자욱의 실책 3개가 큰 몫을 했다. 3루수 출신으로 상무에서 외야수로 주로 뛰었던 구자욱은 전지훈련 동안 외야와 1루 훈련을 했다.
채태인의 공백을 메우며 주전 1루수로 기용되는 동안, 타석에서는 삼성의 미래를 밝혀주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글러브를 끼고서는 1루 수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반전 카드’가 됐다. 기록된 실책의 숫자도 만만찮지만, 불안한 동작이 걱정을 듣는다.
지난겨울, 가장 많은 멀티플레이어를 키운 팀은 한화다. 주포 김태균에게까지 3루수비 훈련을 시키면서 타선의 유연성 확보에 승부수를 걸었다. 개막 2주 동안 실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된 송광민은 외야수-3루수를 오가고 있다. 지난 7일 LG전서 좌익수를 뛴 후, 8일 3루에서 실책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현역시절 손꼽히는 내야의 유틸리티플레이어였던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상당한 연차 이후에나 제대로 해냈던 것 같다”며 멀티플레이어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원래 포지션에서도 확실하게 수비가 안정되기 전인 야수들의 경우, 포지션 변경이나 멀티 포지션을 불안감 없이 제대로 소화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타선에서의 이득
최근 10년 가운데 리그 최저 수비율(0.981)을 기록했던 지난해 576게임의 경기당 평균 실책은 1.42개였다. 개막 2주를 달린 9일 현재까지 경기당 1.41개의 실책이 나와 비슷한 숫자로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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