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함께 뛰던 팀 동료 출신이라서? 아니, 그들의 ‘찰떡궁합’은 함께 공부하던 스터디그룹 출신인 덕분이다.
하루 다섯 경기를 볼 수 있는 시즌, 늘어난 경기 수만큼 다양해진 해설 라인업 가운데 유독 ‘콤비플레이’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SBS스포츠 이종열(42)-최원호(42) 해설위원은 LG 선수 시절이 아닌, 2010년 이후의 코치 시절에 절친이 됐다. 당시 LG에서 일하던 김병곤 트레이너(현 SPOSA피트니스 원장)를 중심으로 짬짬이 뭉치면서 사모임이 형성됐다. 트레이닝에 관한 책이나 논문을 함께 읽고 재활의학, 해부학의 기초 지식도 같이 배웠다. 그때 어울렸던 ‘학우’에는 지금의 넥센 허문회 코치(퓨처스 타격코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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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했던 기억보다는 제가 LG 주장 시절(2007~2008시즌)에 투수조장이었던 원호가 제 말에 조목조목 이의를 제기하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이위원)
그 때의 최원호가 밉지 않았던 것은 “늘 논리적이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섞지 않고 이성적으로 말을 하는데 참 설득력이 있었어요. 그리고 우기지를 않아요. 내 의견을 다시 정리해서 얘기해볼 수 있었죠. 내 논리가 합리적이면 또 납득을 해주는 친구였습니다. 정말 근거 있는, 맞는 말만 해야겠다고 나를 긴장시킨 후배였지만, 최원호를 설득할 수 있으면 누구도 설득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을 준 상대이기도 하죠.”(이위원)
그 때의 이종열을 존경하게 된 것은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선배였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에 자신감이 있고 주관이 뚜렷하면서도 종열 형은 다른 의견을 일단 들어줬어요. 사실 선배들 중에는 설득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분들이 더 많잖아요.”(최위원)
이위원은 LG팬들이 잘 알고 있는 선수 시절의 이미지가 대체로 맞다. ‘바른생활’ 선수 시절을 보냈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선수 때의 노력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
최위원은 조금 다르다. “2000년 어깨수술 이전과 이후는 다른 선수였다”고 고백한다. 1996년 현대의 1차지명 신인으로 데뷔했던 투수 최원호는 확실히 노력보다는 ‘재능’에 기대어 던지던 시절이 있었다.
“재활을 견디면서 많이 바뀌었죠. 조바심을 내면서 공부를 많이 했고 진짜 노력이라는 걸 하게 됐습니다.”(최위원)
한때 서로 많이 달랐던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지나 지금 마이크 앞의 가장 닮은 해설들이 돼있다.
“워낙 많은 야구얘기를 나누면서 점점 야구관이 비슷해졌다”는 최위원의 설명. 서로 상대가 설득될 때까지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사소한 견해도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간 부분이 없다. 그러는 동안 이위원은 투수를, 최위원은 타자를 더 많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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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열 위원은 신인 해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고 논리적인 말솜씨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그러나 첫 중계였던 시범경기 한화-LG전에서 "얼마나 덜덜 떨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웃는다. 사진=정일구 기자 |
올해초 단국대에서 운동역학 석사학위를 딴 최위원은 현재 박사과정을 이수중이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하는 “운동선수들은 무식하다”는 소리를 절대 들을 수 없는 ‘선출’이다. “형편없는 암기력으로 고생 한다”고 엄살이지만, 공부에 취미가 없다면 쉽지 않은 프로필을 만들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운동만 했는데 공부에 무슨 소질이 있겠어요. 다만 공부는 목적이 있다면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최위원)
호기심이 많은 이위원은 궁금한 건 꼭 풀어야 속이 시원해진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그냥 수리를 맡기는 타입이 아니라 쫓아가서 같이 기계를 열고 속을 들여다보려는 성격이다. 결론보다 근거, 해답만큼 원리에 관심이 많다.
‘(야구)선수들한테는 그냥 시켜라.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다’는 말까지 들어봤다는 최위원은 “못 알아들으면 더 쉽게 설명해주시지... 속상했다”고 말한다.
이런 두 사람이 뭉쳤기에 과연 차근한 설명의 탐구적인 해설이 탄생한 것 같다.
↑ 이종열 위원은 최원호 해설의 가장 큰 장점을 "센스"로 본다. 데이터를 빠르게 입체적으로 해석해서 말하는 것을 옆에서 들을 때 마다 "1년선배 해설"의 순발력을 느낀다. 사진=정일구 기자 |
주변의 칭찬과 격려도 많지만, 주문도 많다. 야구의 기술과 전략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해설로 마니아들의 갈증을 채우라고도 하고, 쉽고 재미있는 진행으로 대중의 눈높이도 맞추라고 한다. 어쩌라는 건지 난감해지는데, 이게 꼭 어디서 듣던 소리라고 두 해설이 한목소리다.
“투수할 때 어렵게 승부하라는 지시가 가장 속 터졌죠.”(
“(스트라이크존을) 좁혀서 치라고 할 때 환장했습니다.”(이위원)
우리 모두 슈퍼맨을 바란다. 유니폼을 벗었어도 그들은 여전히 ‘완벽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프로. 야구는 그라운드에서도, 중계석에서도, 역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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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경닷컴 MK스포츠 정일구 기자 / mironj19@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