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대안이 없다.”
양상문(54) LG 트윈스 감독은 올 시즌 들어 두 차례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 번은 마무리 투수 봉중근의 부진이었고, 또 한 번은 베테랑 타선의 돌아오지 않는 타격감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
정말 대안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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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캡틴 이진영이 선발에서 제외된 채 고개를 숙이고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양 감독은 봉중근이 긴 부진의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고민이 컸다. 2군에서 휴식을 주며 구위 회복을 시키느냐, 1군에서 경기 감각을 익히도록 하면서 기다리느냐의 문제였다. 양 감독의 결정은 1군에 남기는 것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봉중근이 응답하기 시작했다. 봉중근은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두 자릿수로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7.43으로 낮췄다.
베테랑 타선의 계속된 부진도 마찬가지다. 양 감독은 2군행 대신 1군 잔류의 기다림을 선택했다. 이유는 봉중근과 같았다.
양 감독은 “주위에서 왜 2군을 내려보내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봉중근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가끔 2군을 내려보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2군에서도 좋아진 타자가 없다. 더 나을 것이 없는데 어찌 2군으로 내리겠는가”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기다림을 택한 양 감독의 기대에 베테랑 타선도 이제야 답을 주기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은 부상 후유증을 털어내고 결정적인 3타점 2루타와 2타점 쐐기 투런을 터뜨렸다. 1루수 테스트 성과가 좋아 3루수 투입도 조만간 가능할 전망이다.
한나한과 함께 베테랑 타선도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용택은 4월 2할6푼3리였던 타율을 5월 들어 3할2푼7리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두 이병규도 감을 잡기 시작했다. 4번으로 복귀한 이병규(7번)는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베테랑 이병규(9번)도 3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이진영은 아직까지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불과 1할7푼2리. 9경기 연속 타점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진영은 LG의 캡틴이다. 책임감과 부담으로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진 상황이다. 타석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부진을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 회복이 첫째다. 캡틴이 고개를 숙이면 팀 전체 분위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대안 없는 대안. 김용희 SK 와이번스 감독이 해답을 제시했다. 시즌 초반 침체됐던 타격이 살아난 SK 타선의 비결. 김 감독은 “다른 대안은 없다. 경기에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처방이다
양 감독도 믿음과 기다림을 택했다. LG는 지난 17일 잠실 SK전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연패를 끊고 값진 1승을 거뒀다. 지금 LG에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연승이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