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유격수 자리는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다. 뜨거운 관심과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그 역할을 오지환(25)이 6년째 맡고 있다. 늘 따라다니던 ‘오지배’ 꼬리표. 그러나 올해, 더 이상 그에게 실책을 논할 수 있는가.
오지환은 올 시즌 개막 직후 화끈하게 출발했다. 지난달 24일 NC 다이노스전까지 3할 타율을 유지했다. 완전히 바뀐 타격 자세로 달라진 타격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후 급격히 타격감이 떨어졌다. 지난 20일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타율은 2할2푼9리까지 하락했다. 올 시즌 최저 타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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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첫 엘넥라시코전 7회 초 무사 1루에서 LG 유격수 오지환이 넥센 윤석민의 빠른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후 고마움을 전하는 소사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지환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순히 타격으로 환산할 순 없다. 오지환은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휴식 시간도 가장 적다. 46경기 풀타임 출전 중이다. 타격이 좋을 땐 리드오프로 나섰다. 붙박이 유격수로서는 체력 소모가 가장 큰 위치다.
오지환에게 주목해야 할 것은 타격이 아닌 수비다. 아마추어 시절 유격수 출신이 아닌 오지환을 평가하는 잣대는 수비여야 한다. 프로 데뷔 이후 불명예스러운 ‘오지배’ 별명이 붙은 것도 수비 실책 때문이었다. 결정적 순간 실책으로 경기를 지배한다고 붙은 꼬리표였다.
실제로 오지환은 실책이 많았다. 2010년 풀타임 출장 첫 해 27개의 실책을 저질렀고, 이후 2012년 25개, 2013년과 2014년 나란히 20개를 기록했다. 100경기 이상 소화한 4시즌 모두 20개 이상의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오지환은 지난해부터 수비에 눈을 떴다. 같은 20개의 실책도 질이 달랐다. 납득할 수 있는 수비를 하기 시작했다. 안정감도 크게 향상됐다.
올해는 수비 스페셜리스트 같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급 호수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지환이 막아낸 안타성 타구만 부지기수다. 안정감이 생기면서 자신감까지 붙었다. 46경기 동안 실책은 단 4개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치명적인 실책은 없었다. 단순 수치로 시즌 전체를 계산하면 12~14개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적은 실책이 예상된다.
오지환의 시즌 목표는 한 자릿수 실책이다.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수비에 대한 팬들의 비난에도 꿋꿋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있다. 그런데 수비가 되니 타격으로 시선이 옮겨 붙었다. 유격수 오지환에게 타격은 ‘플러스알파’다. 타고난 재능 덕에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오지환은 이제 20대 중반을 넘겼다. 가장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을 오직 야구를 고민하며 보냈다. 최고 인기 팀이라고 불리는 LG에서 고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 선수가 풀타임 선발로 뛰며 버텨냈다.
최근 오지환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베테랑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지면서 어느새 중고참 자리에 올랐다. 부담보다는 행복한 책임감이 생겼다.
오지환은 “제가 우리 팀에서 중고참이 됐어요”라며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2루타 3개를 포함한 4안타 경기를 해냈다. 주장 이진영도 “나랑 (이)병규(
LG의 유격수는 오지환이다. 타격은 언젠가 감을 찾으면 올라올 수 있어도 수비는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큰 과제였던 수비 완전체로 거듭난 오지환을 단지 타율로 비난할 순 없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