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 고지를 밟으며 새 역사를 썼는데요.
역사는 혼자 만든 게 아니겠죠. 400개의 홈런을 허용한 투수들. 기록의 '희생양'이라고 하는데, 저는 진정한 승부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동환 기자가 소개합니다.
【 기자 】
이승엽의 방망이를 맞고 멋진 곡선을 그리며 담장 너머로 사라지는 홈런공.
카메라와 관중의 시선은 온통 이승엽으로만 향합니다.
공을 던졌던 구승민은 홀로 아쉬움을 삼키지만, 그가 정면승부를 했기에 대기록이 완성됐습니다.
이승엽에게 홈런 400개를 제공한 투수는 총 199명.
1995년 이강철이 테이프를 끊어 박철순 송진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이 함께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기여를 한 투수는 7개의 홈런을 맞은 최상덕.
현역 시절 '싸움닭'이란 별명처럼 피하지 않고 이승엽과 맞서 싸우다 뜻하지 않은 훈장을 달았습니다.
▶ 인터뷰 : 최상덕 / 넥센 코치
-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다가 맞은 거니까. 당대 최고의 타자와 전성기 때 만나서 승부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죠."
정민철 주형광 등 6개를 맞은 투수도 5명이나 되고, 송진우와 정민태는 5개씩 기록을 보탰습니다.
김원형은 세계 최연소 300호, 이정민은 한 시즌 최다인 56호 홈런을 맞아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진짜 투수들과 그들의 기세를 이겨낸 이승엽.
'전설'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MBN뉴스 김동환입니다.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