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목동) 이상철 기자] “오늘은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8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기태 KIA 감독의 첫 마디였다.
KIA는 승부수를 띄웠다. 선발부터 깜짝 카드였다. 8일 경기에 누굴 내세워야 할지 고심이 많았던 KIA는 고졸신인 박정수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그리고 깜짝 성공. 박정수는 5이닝 7탈삼진 2실점의 깜짝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진짜 승부수는 따로 있었다. 타순부터 변화를 줬다. 김주형이 6번에서 3번으로 이동했고, 김다원이 6번 타순에 배치됐다. 김주찬의 허벅지 근육통에 따른 조치였다. 김주형의 전진배치. 3번타자로 뛴 건 지난 2008년 4월 24일 광주 넥센전 이후 2631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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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구는 8일 목동 넥센전에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서울 목동)=김재현 기자 |
8번 타자는 하루 전날 KIA의 ‘블랙홀’이었다. 4회 2사 만루-6회 1사 1루에서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홍구는 하위타선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카드였다.
이홍구는 6월 이후 타율이 1할1푼6리(43타수 5안타)로 부진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안타 중. “최근 좋지 않은데 기회를 주셨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던 그는 김기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3회 선제 홈런을 치더니 1-1로 맞선 5회 2점 홈런까지 날렸다. 시즌 5,6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첫 연타석 홈런이었다. 주요 순간마다 터진 ‘강펀치’였다. KIA가 이날 뽑은 3점이 모두 이홍구의 홈런에 의해 터졌다.
마운드에서도 승부수를 띄웠다. 박정수에게 기대한 이닝은 최대 5회였다. 이틀 연속 불펜 조기 가동이다. 김기태 감독은 “열외는 없다. 모두 다 경기조에서 대기한다”라고 말했다. 하루 전날 2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았던 최영필과 윤석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총력전을 예고한 셈이다.
KIA 불펜은 5회까지 3-2로 앞서자 ‘계획대로’ 바쁘게 움직였다. 6회 박정수에 이어 등판한 건 최영필이었다. 이틀 연속 투입이지만 그만큼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 최영필은 김민성과 윤석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3타자를 범타로 유도하며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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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민은 8일 목동 넥센전에서 8회 구원 등판했다. 이틀 연속 등판. 전날 31개의 공을 던졌던 윤석민은 힘이 다소 떨어졌는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진(서울 목동)=김재현 기자 |
최종 카드는 ‘마무리’ 윤석민이었다. 24시간 전, 8일 동안 휴식을 취하고 9일 만에 등판해 31개의 공을 던졌다.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아낌은 없었다. 윤석민이 첫 타자 김하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을 때만 해도 순조로운 듯 했다.
하지만 KIA의 승부수는 마지막에서 삐걱거렸다. 3-2, 1점 차 리드를 지켰다면 완벽했을 연이은 승부수였다. 그러나 그 살얼음판 리드는 깨졌다. 윤석민 카드는 이틀 연속 성공을 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에 빛난 승부수는 넥센의 대타 유한준이었다. 휴식이 예정됐던 유한준은 숨 가쁜 승부가 펼쳐지자 8회 2사 3루서 대타로 투입, 윤석민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날렸다. 그리고 유한준은 연장 10회
KIA는 연장 12회까지 간 승부에서 조쉬 스틴슨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적어도 패하지 않겠다는 의지였지만, 돌아온 건 무승부가 아닌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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