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9회말 2-2로 동점을 이룬 가운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볼넷 하나, 외야 희생플라이 하나만으로도 승부가 가릴 수 있는 최악의 위기.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 주니치 드래건스의 연장 10회초 상황이다. 마운드에는 한신 마무리 투수 오승환(33)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실점 없이 막아내 11회말 팀의 3-2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날 2-2인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연장 10회초 안타 1개 볼넷 2개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무조건 실점 없이 후속 두 타자를 잡아내야 했다. 오승환은 와다 가즈히로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8구째 유격수 플라이, 모리노 마사히코를 3구째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워 2이닝 무실점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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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 타이거즈 수호신 오승환의 두 얼굴. 그러나 마운드에서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는 돌부처다. 사진(日 도쿄)=천정환 기자 |
이런 오승환도 인간이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아무리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더라도 속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을 터.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오승환에게 직접 물었다.
오승환은 “그런 위기에 처한 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한 것이 첫째 문제”라고 자책부터 했다.
이어 들려온 대답은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오승환은 무표정만큼이나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오승환은 “그냥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 타자나 다음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오승환은 “안타를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승환도 올 시즌은 부담스럽다. 센트럴리그의 기이한 팀 성적 때문.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승률 5할 언저리에서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이런 대혼전의 시즌은 없었다.
치열한 선두권 경쟁으로 1~2점차 박빙의 승부도 부지기수. 또 타격은 총체적 침체다. 매 경기마다 총력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 투수는 팀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다.
오승환도 “나도 이런 시즌은 처음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중요하다”며 “마무리 투수 입장에서는 팀의 승패를 쥐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더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공 하나에 집중하듯 마운드에 오를 때 마음은 늘 같다. 오승환은 “그래도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그런 생각(부담)을 하지 않는다. 경기에 지고 나면
오승환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이유. 오승환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 있기에 지금의 자리에 우뚝 섰다. 올 시즌 센트럴리그 단독 선두인 22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오승환은 전반기 막판 찾아온 위기도 ‘무념무투’로 극복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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