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8년 만에 빅리그에 복귀, 10년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주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대만 출신 우완 투수 차오진후이(34)는 그 길을 택했다.
차오진후이는 1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7회 선발 마이크 볼싱어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7회말 역전에 성공, 3-2로 경기가 끝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경기 출전은 다저스 소속이던 2007년 7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 이후 8년 만이고, 승리투수가 된 것은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이던 2005년 5월 12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 이후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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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오진후이는 지난 11일(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8년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복귀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감동적인 스토리였지만, 그를 맞이하는 현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지난 9일 그가 콜업됐을 때부터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대만 취재진은 3~4명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2009년 대만 리그에서 뛸 당시 승부조작 시도 세력으로부터 금품과 성접대를 받고 2경기 조작을 지시받은 어두운 과거가 있다. 조작은 실패했다. 한 경기는 비가 왔고, 다른 한 경기는 동료들을 포섭하지 못했다. 사법 처벌은 없었지만, 대만프로야구(CPBL)는 승부조작 시도 세력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그를 추방했다.
이후 그는 줄곧 야인으로 살았다. 2014년 11월 호주 리그 아들레이드 바이트와 계약을 시도했지만, CPBL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대만 기자는 “대만 야구팬 대부분은 승부조작 경력 때문에 그를 싫어한다. 다저스와 계약했을 당시에도 호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며 대만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호주 리그에서도 거부한 그를 메이저리그가 받아준 이유는 무엇일까. 대만 취재진이 그의 에이전트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차오진후이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고 승부조작에 직접 연루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그의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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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오진후이는 지난 2009년 대만프로야구에서 뛸 당시 승부조작 시도 세력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제명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야구가 하고 싶다”였다. 일생의 대부분을 야구에 바쳐온 이의 숙명이었다. 그는 CPBL로부터 제명 징계를 받은 이후 식당을 개업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징계를 받았을 때 약간은 불편한 느낌이었다.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잊지 않고 있었다.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훈련은 꾸준히 해왔다.”
그는 훈련을 계속하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가능할 것이란 확신은 없었지만, 그를 받아주는 팀이 있었다. 지난겨울 그는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메이저
다저스와 계약하는 과정까지는 운이 따랐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돈 매팅리 감독은 그가 콜업됐을 당시 “차오진후이는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냈다”며 그의 메이저리그 승격은 노력에 의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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