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이토록 잘 던질 줄 알았을까. 최상의 컨디션이라던 임기준(24·KIA)이 ‘미라클 피칭’을 펼쳤다.
임기준은 KIA 마운드의 미래다.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후보로 꼽혔다. 재능을 갖췄다는 이야기. 그리고 시즌 막바지, 그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1강’ 삼성을 상대로.
앞선 세 번의 기회는 잡지 못했다. 11⅔이닝 동안 19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14.65(선발 기준)였다. 피안타(21개)와 4사구(17개)가 모두 많았다.
5회 이상 책임진 건 한 번. 그러나 잘 던져서가 아니다. 지난 4월 8일 NC전에서 6이닝 동안 피안타 13개와 4사구 10개로 11실점을 했다. 메시지가 담긴 긴 이닝이었다. 이튿날 임기준은 2군으로 내려갔다.
![]() |
↑ KIA의 임기준은 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시즌 최고의 역투를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
임기준은 선발투수 자원이 많지 않은 팀 사정상 5일 경기 선발로 낙점됐다. 그에겐 기회였다. 또 다른 후보였던 박정수는 아직 1군 등록 가능 일수를 채우지 못했다(8월 28일 말소-9월 7일 등록 가능).
KIA는 그에게 기대를 걸었다. 이대진 투수코치는 “최근 피칭 컨디션이 좋다. 믿음을 갖고 마운드에 올린다”라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도 “(강판 시기는)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라면서 내심 긴 이닝을 소화해주기를 바랐다. 최근 선발진의 투구 이닝이 적어 불펜에 피로감이 쌓이기도 했다. 임기준은 45일 전과 달라야 했다.
그리고 분명 달랐다. 자신감이 넘쳤다.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1회, 2회, 3회, 4회, 5회. 임기준은 마운드 위에서 계속 버텼다. 그것도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이래 최고의 역투였다.
임기준의 공은 빠르지 않았다. 거의 140km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 타자들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헛치거나 맞춰도 멀리 뻗지 못했다. 재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 하루 전날 좌완투수에게 꽁꽁 묶였던 삼성 타선이다. 투수만 김광현(SK)에서 임기준으로 달랐다.
“임기준이 5회만 막아도 좋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김기태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함박웃음을 지어도 될 듯. 5⅓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불과 74개였다.
냉정히 말해 제구가 잘 된 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는 40개로 54%에 불과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도 그러나 타자와 수 싸움에서 뒤지지 않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또한, 4회 2루수 윤완주와 좌익수 오준혁이 안정된 수비로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프로 통산 16번째 등판. 임기준은 201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