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의 1군 복귀전. LG 트윈스에게 데뷔전 완투승으로 수모를 안겼던 괴물 투수다. LG는 로저스의 화려한 등장을 알린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이후 로저스는 괴물로 불렸다.
그러나 LG의 베테랑 외야수 박용택(35)은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박용택은 지난달 6일 로저스의 데뷔전이었던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2안타로 팀 내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때린 타자였다. 팀의 3안타 중 2안타를 혼자 쳤다. 안타 2개 중 하나는 2루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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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베테랑 외야수 박용택이 괴물 투수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의 천적으로 떠올랐다. 사진=천정환 기자 |
박용택은 이날 6타수 4안타(1홈런) 2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로저스를 상대로는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그 중 하나가 홈런. 로저스가 1군 무대에서 기록한 첫 피홈런이었다.
박용택은 0-4인 1회말 2사 후 첫 타석부터 로저스를 상대로 가볍게 안타를 뽑아냈다. 초구를 공략해 깔끔한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가벼운 출발 뒤 1-5인 3회말 1사 후 두 번째 타석은 화끈했다. 1볼 이후 6구까지 5개 연속 파울을 만들어내며 로저스를 괴롭힌 뒤 7구째 131㎞ 커브를 절묘하게 받아쳐 비거리 110m의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박용택의 시즌 15호 홈런. 로저스에게는 시즌 첫 피홈런이었다.
박용택은 2-7인 5회말 세 번째 승부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타석에 들어선 박용택은 볼 2개를 본 뒤 3구째를 노려 1-2루간 안타성 강습타구를 때렸다. 하지만 2루수 정근우의 슬라이딩캐치로 아쉽게 잡혔다. 로저스도 한숨을 내쉬며 정근우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할 정도로 호수비였다.
박용택은 로저스와의 이날 경기 마지막 승부에서도 웃었다. 박용택은 3-7인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또 로저스의 초구를 노려 2루수 앞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정근우도 막아내기 힘든 두 번째 강습타구였다. 박용택은 오지환의 적시타 때 득점까지 올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LG는 12회 연장 승부 끝에 박지규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8-7,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로저스는 8이닝 12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5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올 시즌 최다 피안타와 실점 기록까지 떠안았다.
박용택은 로저스를 상대로 2경기에서 8타수 5안타(1홈런)를 기록하며 타율 6할2푼5리로 괴력을 과시했다. 팬들 사이에서 ‘로저택’이라는 별명이 곧바로 붙을 정도의 천적이 됐다.
이 뿐이 아니다. 로저스는 박용택을 살아나게 한 기폭제 역할까지 했다. 박용택은 로저스의 데뷔전 멀티히트를 시작으로 타격감이 완전히 살아났다. 로저스를 만난 뒤 28경기에서 타율 3할9푼8리를 기록 중이다. 9월 7경기에서는 타율 4할8푼5리를 찍었다. 시즌 타율도 3할1푼8리까지 끌어올렸다. 팀 내에서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단연 1위다.
올 시즌 6경기에서 두려움의 존재로 자리잡은 로저스를 상대로 이토록 강한 타자는 없었다. 박용택의 눈에는 로저스가 괴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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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3회말 박용택에게 홈런을 허용한 한화 선발 로저스가 이닝 종료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곽혜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