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번에도 ‘아슬아슬’이었다. 언제부턴가 화끈하면서 시원한 대승과 거리가 있는 넥센의 행보다. 지난 9월 23일 SK를 10-0으로 완파한 뒤 일주일이 넘도록 그렇다.
10월의 첫 날, 운명의 3연전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넋두리를 했다.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으나 지도자 생활 3년차, 올해만큼 기회가 적었던 게 없었다는 것이다. 질 경기를 뒤집기도 했지만 이길 경기를 놓친 적도 꽤 있었다. 그 타격은 컸다.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그 1패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9월 말 페이스가 떨어진 넥센이었다. 막판 1승 5패로 제 살만 깎아먹었다. 두산과 승차는 0. ‘도움의 손길’마저 없었다면, 이미 둘의 사이는 훨씬 멀어졌을지 모른다.
넥센은 최근 위험했다. 지난 1일 한화전까지 최근 7경기에서 2승을 했으나 모두 다 힘겹게 거뒀다. kt는 연장까지 간 끝에 이겼으며, 한화는 막판 추격에 턱밑까지 따라잡혔다. 모두 1점 차의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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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은 1일 목동 한화전에서 9회 한화의 추격을 뿌리치고 4-3으로 이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운이 따르며 3위 싸움의 희망을 이어갔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
그러나 거꾸로 질 수도 있던 경기를 이긴 넥센의 저력이었다. 특히, 넥센은 한화전에서 또 타격 고장이 났다. 상대 수비 미스를 틈 타 1회 4점을 뽑았으나 2회부터 무득점이었다. 2회에는 병살타로 스스로 찬물을 끼얹더니 4회부터는 삼자범퇴 퍼레이드였다. 넥센의 공격은 활로가 콱 막혔다.
버티기였다. 한화의 거센 반격에 넥센의 마운드는 위태로워도 버텼다. 밴헤켄-조상우-한현희로 이어진 필승조는 탈삼진 쇼를 펼치며 위기를 탈출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행운이 따랐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6회 조상우의 폭투 시 3루 주자 정현석을 홈에서 잡은 건 물론 9회 최진행의 내야안타 시 정근우의 오버런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만약 3-4로 쫓긴 가운데 2사 1,3루서 김태균을 상대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마운드 위의 손승락은 금방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1회 대량 득점도 넥센 타선의 집중력 이전에 한화 야수의 실책 덕을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넥센에게 흐름이 좋게 흘러갔다. 한화는 불운했다. 그렇게 넥센은 하늘의 ‘비호’를 받았다.
넥센은 두산과 나란히 걷고 있다. 염 감독은 10월 1일과 2일 경기 결과에 따라 3위 싸움의 안개가 걷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 안개는 생각보다 더욱 자욱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넥센의 목표는 4위가 아닌 3위. 올해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있어 3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선발진이 상대적으로 약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가을의 전설을 이루려면, 3위를 해야 한다는 게 염 감독의 계산이다.
마지막 승부처였다. 첫 단추부터 꼬였다면, 사실상 힘들 수 있었다. 힘겨웠으나 그 첫 경기를 잡았다. 질 수 있던 경기를. 운까지 찾아왔다. 기회가 적어졌다고 했지만, 아직 하늘은 넥센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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