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하루 전날과는 다른 경기 양상이었다. 지난 2일에는 1점 뽑기가 힘들었다면, 이튿날은 1점 버티기가 힘들었다.
약속이나 한 듯, 두 자릿수 선발투수(유희관 0이닝 4실점-스틴슨 1⅔이닝 3실점)는 대량 실점과 함께 조기 강판됐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두산과 KIA였다. 총력전.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야 했다. 이 경기를 그르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었다.
그런데 이날따라 안타 구경은 쉬었다. 전날 두 팀 합쳐 7개에 그쳤는데, 이날은 단 세 번의 공격(2회초) 만에 8개를 쳤다. 그 중 홈런도 2방. 어제는 그렇게 높아 보였던 마운드가 오늘따라 낮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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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는 잘 버텼다. 그리고 7회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긴급 투입한 윤석민이었다. 하지만 이틀 연속 윤석민의 포효를 볼 수 없었다. 사진=MK스포츠 DB |
6-4, KIA의 2점 리드. 3회와 4회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고 추가점을 뽑았다. 하지만 2점 차여도 균형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마치 폭풍전야 같았다. 중반 들어 점수가 잘 안 나더라도 언제든지 폭발할 것 같았다. 그 긴박감 속에 경기는 아주 천천히 진행됐다. 이날 열린 다섯 경기 중 가장 속도가 더뎠다. 그만큼 피가 말렸다는 방증이다.
KIA는 쉴 새 없이 돌려 막았다. 선발카드인 임준혁을 비롯해 김광수, 심동섭, 박준표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아슬아슬하게 막았다. 잘 버텨왔으나 위기 또한 징그럽게 계속 찾아왔다.
가장 큰 위기는 7회였다. 1사 1루서 투타를 서로 맞바꾼 끝에 최주환의 2루타. 2,3루가 되자 KIA는 윤석민을 투입했다.
윤석민은 지난 9월 26일 광주 SK전 이후 일주일 동안 3경기에 나가 7⅓이닝을 소화했다. 투구수만 무려 113개였다. 최영필의 부상 등으로 불펜이 약해지면서 윤석민에 대한 의존도는 자연스레 커졌다.
최대한 아끼고 싶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SK가 NC에 역전승을 거뒀던 터라, KIA로선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9회까지 책임지도록 할 수는 없었을 터. 7회 위기 탈출용 카드였다.
윤석민은 1사 만루 위기서 정수빈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해(3루 주자만 홈에서 아웃)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허경민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스코어는 6-4에서 6-7로 뒤집혔다. 윤석민마저 무너질 경우, 방도가 없던 KIA였다. 그런데 상상하기 싫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바통은 두산에게 넘겨졌다. 이번에는 두산이 버텨야 할 차례. 넥센의 삼성전 패배로 두산에겐 기적 같은 3위에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1점을 무조건 막아야 했다. 7회부터 윤명준, 함덕주, 이현승을 투입해 KIA의 예봉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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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의 이현승은 3일 광주 KIA전에서 9회 김원섭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시즌 6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두 번째 찾아온 버티기 모드(10회)에서는 깔끔하게 막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이 끝장 승부는 정규이닝으로는 부족했다. 연장까지 가야 했다. 그리고 5시간 가까이 다 돼서야 결판이 났다. 8회부터 윤석민의 뒤를 이어 등판해 호투하던 한승혁, 3이닝째 버티기에서 흠집이 났다. 정수빈의 홈런에 의해.
두산은 뒤이은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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