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윤진만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시원한 승리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 대표팀 부임 1주년을 자축했다. 13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KEB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에서 전반 지동원, 후반 기성용과 황의조 골을 묶어 3-0 대승했다. 8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2차예선 원정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주전급 선수를 대거 제외한 채 경기에 임했지만, '세컨드 팀' 선수들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승리를 일궜다. 대표팀은 9월 라오스(8-0)부터 레바논(3-0) 쿠웨이트(1-0)을 거쳐 자메이카전까지 4연승을 기록했다.
○ 선발 라인업
쿠웨이트전과는 사실상 다른 팀이 출전했다. 주장 기성용만이 두 경기 연속 출전자다. FA컵 4강전 출전차 소속팀으로 돌아간 김승규를 대신해 정성룡이 주전 장갑을 꼈고, 백포는 왼쪽부터 김진수 홍정호 김기희 김창수가 담당했다. 한국영 정우영이 중원을 맡고, 2선에는 지동원 기성용 이재성이 위치했다. 최전방에는 황의조가 생애 첫 A매치 선발 기회를 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비해 투 볼란치 시스템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에게는 조금 더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 경기 요약
전반 슈틸리케호 전술 핵심은 압박이었다. 최전방 공격수와 2선 공격수들의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옥죄었다. 압박에서 따낸 공은 기성용을 거쳐 양 측면으로 뿌려졌다. 측면 수비수와 측면 미드필더 넷은 번갈아 상대 측면을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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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동원이 이마로 넣은 선제골. 사진(상암)=김영구 기자 |
21분 찬스도 측면에서 만들었다. 우측에서 이재성이 띄운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가 이마로 걷어냈다. 공은 후방의 기성용 앞으로 떨어졌다. 기성용은 무릎 높이로 떠오른 공을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이 발등에 정확히 얹혔지만,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아쉽게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30분 또 한 번 이재성에서 시작한 공격을 기성용이 아크 정면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을 노렸으나 골대 위로 살짝 빗겨갔다.
이 슈팅 전후로 전반 초반 압박에 치중한 지동원이 시동을 걸었다. 26분 빠른 횡 침투에 이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두드린 지동원은 32분 비슷한 위치에서 다시 한 번 슈팅을 쐈다. 드리블과 슈팅에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았다.
3분 뒤 지동원은 직접 결실을 맺었다. 좌측에서 정우영이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를 문전 앞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이마로 돌려놓았다. 골키퍼까지 달려나온 터라 골문을 지키는 선수는 없었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시작 후 기성용의 연이은 슈팅으로 다시금 기선을 제압했다. 추가골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1분 왼쪽에서 오버래핑한 김진수가 앞선 지동원에게 공간 패스를 찔렀다. 지동원이 공을 받으러 가는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가 뒤에서 푸싱 파울을 했다. 주심은 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기성용이 침착하게 골로 낚았다.
후반 18분 한국은 한 골을 더 달아났다. 이번에도 지동원이 한 건 했다. 상대 진영에서 패스를 가로챈 그는 박스 안 좌측 대각선 지점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골키퍼를 맞고 나온 공은 황의조 발 앞에 떨어졌다. 황의조는 바로 슈팅하지 않고, 침착하게 수비수를 한 명 벗긴 다음 왼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 수훈 선수
지동원
지동원은 김보경과 함게 국가대표팀에서 한 동안 잊힌 존재였다.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선발보다는 교체로 뛰고, 득점과 같은 성과도 없었다. 그런 지동원을 이번 2연전에 소집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에 조그마한 의문부호가 달린 건 당연했다. 지동원은 세 골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는 맹활약으로 우려를 완벽하게 씻엇다. 그는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예선 원정경기에서도 후반 막바지 투입하여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 바 있었다. 손흥민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손흥민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백을 메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2연전을 통해 하나의 날개를 더 얻었다.
○ 경기 의미
자메이카전은 슈틸리케 감독 국가대표팀 데뷔 1주년 기념 경기였다. 개그맨 박명수까지 등장하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수들은 감독에게 가장 달콤하다는 승리를 선물했다.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전을 시작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월드컵 예선에서도 연전연승하며 축구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오늘 홈 관중 앞에서 '갓'틸리케의 면모를 뽐냈다.
○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vs 자메이카 (10월 13일 20:00, 서울월드컵경기장)
대한민
지동원(전35) 기성용(후12) 황의조(후18)
대한민국 (4-2-3-1)
정성룡(GK) - 김진수(후41 장현수), 김기희, 홍정호(후11 곽태휘), 김창수 - 한국영, 정우영(후41 박주호) - 지동원(후32 권창훈), 기성용(후44 남태희), 이재성(후24) - 황의조
감독: 울리 슈틸리케
[yoonjinma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