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짜릿했던 10.14 목동 대첩. 두산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마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내내 ‘팔색조’ 같이 다양한 양상의 경기를 펼쳤다. 두산의 이번 시리즈 키워드는 ‘선전한’ 마운드와 ‘혼돈의’ 방망이였다.
두산은 지난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 준플레이오프 넥센과의 4차전서 11-9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오는 18일부터 NC와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미 2년 전 혈투를 치른 양 팀답게 시리즈 내내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1·2차전은 한 점 차 박빙 승부였다. 3차전은 내준 두산은 4차전 경기 중반 패색이 짙어지자 2년 전 해낸 역스윕을 반대로 당하는가도 싶었다. 하지만 기적의 9회를 만들면서 ‘목동 피날레’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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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이 지난 14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기적의 9회를 만들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두산은 이번 시리즈에서 마운드의 힘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당초 넥센을 상대로 선발진은 앞서지만 불펜진에서는 다소 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우선 선발진에서는 1·2선발인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이 제몫을 했다. 니퍼트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 장원준은 다음날 선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두 투수의 호투는 한 점 차 승리의 밑바탕을 깔았다. 특히 시즌 막판 부진했던 장원준의 쾌투는 반가웠다.
아쉬웠던 점은 3·4차전 선발인 유희관(4이닝 3실점)과 이현호(3이닝 3실점)는 5회를 다 못 채우고 강판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희관과 이현호의 투구 내용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유희관은 자신의 공을 잘 던졌고 이현호는 남은 등판을 위한 좋은 경험을 했다고 평가했다.
고무적인 부분은 불펜진이다. 마무리 이현승은 시리즈 MVP를 받을 정도로 철벽 수호신의 모습을 자랑했다. 이현승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3경기 등판해 1승 2세이브 3탈삼진 평균자책점 0의 완벽투를 펼쳤다.
나머지 불펜진들도 마지막 4차전에서 크게 무너진 노경은을 제외하고는 무난한 투구를 보였다. 과부하도 없었다. 필승조의 한 축인 함덕주도 시리즈 동안 단 1이닝만 소화했다. 남은 포스트시즌을 치를 체력을 충분히 비축한 상태다.
변수는 앤서니 스와잭의 이탈이다. 스와잭은 지난 1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2이닝 1실점으로 승리에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등판이 사실상 올 시즌 마지막 모습이 됐다. 김 감독은 팔 상태가 안 좋은 스와잭을 남은 기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4선발 혹은 우완 필승조의 역할을 맡았던 스와잭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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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MVP인 두산 마무리 투수 이현승의 활약은 돋보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
시리즈 동안 제일 문제였던 부분은 역시 방망이였다. 속 시원한 공격은 4차전 마지막 순간을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었다. 단기전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방망이지만 그래도 답답한 순간이 많았다.
우선 타선의 키 플레이어인 김현수는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첫 경기 멀티 히트 후 다음 날 곧바로 볼넷만 2개를 얻었다. 2차전 홈 쇄도 과정에서 당한 왼쪽 발목과 무릎 부상으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그래도 팀의 ‘핵’심 타자임을 증명했다. 3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김현수는 4차전 9회 결정적인 추격 적시타를 날려 대역전승에 일조했다. NC가 집중적으로 견제 할 대상도 역시 김현수일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를 받쳐야 할 민병헌과 오재원의 부침이 심했다. 민병헌은 2·3차전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1·4차전에서는 무안타로 침묵하는 극과극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캡틴’ 오재원의 부진은 뼈아팠다. 2차전 벤치 클리어링 후 부진한 모습으로 타순이 8번까지 내려갔다.
지명 타자 자리도 고민이다. 1차전에서는 ‘베테랑’ 홍성흔(2타수 무안타), 2·3차전에서는 1차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박건우(7타수 무안타)가 출격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4차전에서 꺼내든 최주환(5타수 3안타) 카드가 성공했다. 목동에서 살아난 데이빈슨 로메로의 활용법도 고민이다.
가장 돋보인 타자는 허경민이다. 허경민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 출장해 타율 5할3푼3리(15타수 8안타) 3볼넷의 맹타를 휘둘렀다. 매 경기 멀티 출루를 달성하는 기복 없는 방망이를 선보였다.
사실 포스트시즌에서는 웬만하면 다득점이 나오기 힘들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는데다 전력투구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일수록 소위 말하는 ‘미친’ 타자가 나와야 한다. 시리즈 내내 승부처에서 결정타를 날려줄 영웅이 필요하다. NC에서는 에릭 테임즈라는 거대한 산이 있다. 꾸준히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두산 타자는 이번 시리즈에서 없었다. 플레이오프 그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시리즈 내내 ‘미친’ 타자가 절실하다. 마지막 4차전에서 보여준 기적의 9회가 바로 그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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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주장 오재원의 분발은 플레이오프 선전을 위한 필수 요소다. 사진=곽혜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