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1차전)
NC와 두산, 두 팀 모두가 간절히 잡고 싶었던 2015플레이오프 첫 경기는 두산의 7-0 완승으로 끝났다. 18일 마산구장 최고의 선수는 9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책임지고 완봉승을 따낸 두산 니퍼트였다. 반면 NC의 ‘다승왕’ 해커는 6피안타(2피홈런) 4실점의 아쉬운 숫자와 함께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뜻밖의 큰 스코어 차가 났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역시 작은 차이를 만든 순간들이다. 해커가 2실점한 1회초와 니퍼트가 무사 1,2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던 5회말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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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해커가 18일 두산과의 마산구장 PO 1차전에서 1회 폭투로 선취점을 허용한 뒤 침울해 하고 있다. 사진(창원)=김영구 기자 |
1회에 맞은 3개의 안타보다 이 폭투 하나가 해커를 크게 당혹시켰을 것이다.
사실 투수는 전력으로 승부한 뒤 깨끗하게 얻어맞은 안타에는 크게 멘탈을 다치지 않는다. 그러나 (특히 컨디션이 괜찮았을 때) 순간적인 실수에 의한 폭투로 점수를 내줬을 때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역시 이후 김현수에게 던진 3구째가 몰리면서 1타점 적시타를 맞았으니 해커의 1회는 2실점의 우울한 출발이 됐다.
반면 니퍼트의 5회말은 달랐다. 5회말 NC 공격이 중요했던 것은 경기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NC는 4이닝 만에 해커를 내렸다. 비록 두 방의 장타를 허용해 4실점이 됐지만, 공이 위력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었던 정규시즌 ‘다승왕’을 다소 이른 시기에 강판시킨 셈인데, 이는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경기 흐름을 뒤바꾸기 위한 김경문 감독의 적절한 승부수로 보였다.
벤치의 설계는 들어맞아서 두번째 투수 이민호가 5회초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은 뒤 5회말 NC는 꽉 막혀있던 공격의 물꼬를 텄다. 선두 4번 테임즈는 우전안타, 이어 나성범이 볼넷을 골라내면서 니퍼트에 4회까지 퍼펙트로 눌렸던 NC 타선은 첫 안타와 첫 4구를 붙여냈다. 그러나 평정심과 제구를 꽉 붙들고 있던 니퍼트는 무사 1,2루에서 이날 NC 벤치가 가장 기대했던 타자인 ‘키플레이어’ 이호준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이어 손시헌에게 유격수→2루수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이 위기를 넘겼다. NC 입장에서 보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던 중반의 승부처를 놓치는 순간이었다.
이 두 장면에서 양팀 벤치의 희비도 엇갈렸다.
두산은 1회 정수빈이 출루한 뒤 허경민에게 ‘런앤히트’ 작전을 냈고, 바깥쪽으로 제구된 공을 착실하게 맞혀낸 허경민 덕분에 무사 1,3루의 황금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작전이 나오기에는 상당히 빠른 타이밍이었고 해커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이 가을 허경민의 날카로운 타격감과 컨택트 능력을 꽉 믿었던 김태형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는 ‘대박’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5회 해커를 빨리 교체한 김경문 감독은 흐름의 변화를 설계했지만, 결과까지는 만들어낼 수 없는 벤치의 안타까움을 통감해야 했다.
준PO를 4차전으로 마무리하면서 사흘을 쉬고 나온 두산 타자들은 경기감각과 컨디션의 적절한 밸런스를 한껏 누린 듯하다. 몸이 가벼워 보이면서도 예민한 감각이 살
그에 비해 NC 타자들은 너무 생각이 많았던 것도 같고, 의욕이 앞섰는지 혹은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는지 다소 딱딱해보였다. 삼성 못지않게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던 올해의 ‘투톱’ 전력인 스스로를 믿고 좀 더 활기차게 뛸 수 있는 2차전을 기대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