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2014년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복귀 선수에 선정된 캔자스시티 로열즈의 우완 투수 크리스 영, 그의 사부곡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언론 ‘캔자스시티 스타’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영과 그의 아버지 찰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공개했다.
크리스의 아버지 찰스는 텍사스 기독교대학(TCU)에서 풋볼선수로 활약했고, 이후 26년간 해군에서 복무했었다. 야구는 잘 몰랐지만, 그는 아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크리스 영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200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영은 한때 잘 나가는 투수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시즌 연속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했고, 2007년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소속으로 올스타 게임에도 나갔다.
그러나 2008년 18경기 등판에 그친 것을 시작으로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속적인 어깨 통증, 그리고 위력을 잃어가는 투구에 맞서 싸워야 했다. 부진이 이어지던 2012년, 아버지 찰스는 골수종 진단을 받는다. 두 자매가 아버지가 머물고 있던 댈러스로 이동, 병간호를 했지만 그는 떠날 수 없었다.
영은 2013년 흉곽 출구 증후군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다. 2014년 시애틀에서 복귀에 성공한 그는 이번 시즌에는 캔자스시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찰스는 아들의 경기를 빠지지 않고 챙겼다. 특히 이번 시즌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이 몸담았던 팀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 지구 선두를 질주하는 캔자스시티와 아들의 모습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년간 아버지가 아팠을 때 옆에서 간호를 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영은 시즌이 끝나면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까지 댈러스로 옮겼다.
↑ 암투병하는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지 못했던 그는 마지막 순간도 함께하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밤새 고민하던 그는 예정된 등판을 강행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홈경기, 그는 5이닝을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퍼펙트로 막았지만, 더 이상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에게 “가장 평화로운 경기”였지만, 클럽하우스로 들어 온 뒤에는 라커 앞에서 한참을 울어야 했다. 지난 여름 모친상을 당했던 팀 동료 마이크 무스타카스가 말없이 다가와 그를 안아줬다.
이후 한 차례 더 선발 등판을 가진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일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는 3회 구원 등판, 4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영은 “아버지는 여전히 나와 함께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나처럼 즐기고 있다”며 아버지와 함께 뛰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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