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히어로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스폰서십 논란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서울히어로즈프로야구단(이하 히어로즈)이 23일 대부업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일본금융업체 J트러스트와 네이밍스폰서쉽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히어로즈는 넥센과 계약을 종료하고, 조만간 J트러스트와 스폰서십 계약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J트러스트 혹은 JT라는 명칭을 유니폼에 새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원금액은 기존 넥센의 지원에 약 2배 이상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더 넘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쟁은 J트러스트 기업의 성격이 국내에서는 대부업체와 가깝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J트러스트는 국내에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등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제 2금융권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높은 이자를 받고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기업들이다. 특히 J트러스트 기업이 대부업체를 기반으로 국내에 진입해 성장한 것이라는 점도 핵심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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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일본계 금융업체인 J트러스트와 스폰서쉽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해외에서도 이와같은 사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이하 뉴캐슬)는 2012년 말 유명 대부업체인 웅가닷컴(Wonga.com)과 4년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웅가‘의 최대 이자율이 무려 4214%에 달할 정도의 악덕대부업체인 것이 알려지면서 축구팬은 물론 뉴캐슬 지역사회 등 광범위한 저항이 일어났다.
당시 뉴캐슬 시의회 의장인 닉 포브스는 “뉴캐슬이 이러한 악덕 대부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며 “매년 고리대금업자들의 마수에 걸려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뉴캐슬이 이를 조장하는 업체와 손을 잡은 것이 통한스럽다”며 뉴캐슬 구단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뉴캐슬의 팬들도 계약 움직임이 생겨날 때부터 온라인을 통해 반대 서명과 모금활동을 펼치며 해당 스폰서십 계약 저지를 위해 애썼다.
선수도 강력 반대에 나섰다. 세네갈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뉴캐슬의 공격수 파피스 시세는 2013년 프리시즌 투어에까지 불참하며 해당 업체와 스폰서십 계약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슬람법에 명시된 ‘돈을 빌려주는 행위로 이익을 챙길 수 없다’는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대부업체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시세는 결국 구단에 합류했지만 해당 사건은 크게 화제가 됐다. 결국 뉴캐슬은 스폰서십 계약을 강행, 3시즌째 ‘wonga’의 기업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전세계적인 기업들의 막대한 스폰서십 계약이 쏟아지면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오가는 돈 잔치가 됐다. 뉴캐슬 외에도 일부 구단들이 한국에서는 불법인 사설 배팅 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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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덕 대부업체의 로고가 새겨진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유니폼. 사진=푸마 홈페이지 |
히어로즈의 사례는 EPL의 당시 현실과 KBO리그의 현재 모습과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으면서도 유사한 면도 있다. 동시에 아직 프로배구의 OK저축은행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프로스포츠에 해외, 그것도 대부업체가 기본 정체성인 자본 유입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저항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스포츠를 바라보는 다수의 정서의 핵심이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 것은 과거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히어로즈는 뉴캐슬의 스폰서십 사건에서의 뉴캐슬 인근 지역 국회의원인 이안 라베리의 발언을 귀담아 들을
“뉴캐슬의 시즌 티켓을 찢어버렸다. 뉴캐슬 정도 규모의 도시에 있는 클럽이 Wonga와 같은 기업과 손을 잡아서는 안된다. Wonga는 가난한 사람들의 절망을 이용해 돈을 버는 기업이다. 앞으로 절대로 뉴캐슬 경기장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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