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2015년판 가을야구는 불펜 그리고 실책이 좌지우지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까지. 탈락 팀은 결정적인 실책과 흔들린 불펜에 울었다. 투수력 및 수비력이 더 단단한 팀이 다음 라운드에 오를 ‘자격’을 갖췄다. 기복 심한 타선 폭발은 덤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는 9회 이후에만 투수 5명을 가동했지만 조상우(넥센) 1명을 압도하지 못했다. 더욱이 딱 한 번의 실책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범했다. 치명적인 끝내기 실책(역대 포스트시즌 3호).
준플레이오프 탈락한 넥센 또한 허리 싸움에서 무너졌다. 활용 폭이 좁은 데다 1차전서 승부수 조상우의 48구로 불펜 운영이 꼬였다. 세 번의 패전 멍에도 모두 불펜이 짊어졌다. 2차전 결승 실점에선 박동원의 포구 실책이, 4차전 대역전패의 발단이 된 7회도 김민성의 송구 실책으로부터 비롯했다. 9회 문우람의 실책에 조상우의 폭투까지 더해지며 충격패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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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의 이현승은 플레이오프 4,5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NC의 불펜도 불안하긴 매한가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무려 31실점을 했다. 불펜은 와르르 붕괴됐다. 23이닝 동안 19실점 17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이 6.65로 매우 나빴다.
그 불안감은 플레이오프에서 현실이 됐다. 선발 싸움에 번진 불씨는 불펜 싸움서 판가름이 났다. 두산보다 NC가 더 허약했다. NC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도 선발에 이어 불펜까지 무너지며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내줬다. 야수 실책까지 더해지고.
두산이 아주 잘 한 건 아니다. 플레이오프 2차전 8회말부터는 NC가 더 잘했다. 두산 불펜이 가동된 뒤부터 시소게임은 NC로 기울었다. 두산 불펜은 맥을 끊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MVP(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인 이현승이 맨 마지막에 버티고 있으나 그 연결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두산은 믿어야만 했던 노경은, 함덕주, 진야곱은 모두 무너졌다. 3차전서 피안타 19개와 4사구 8개로 총 16점을 내줬다.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 그럴 경기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NC의 불펜도 딱히 단단하진 않았다. 3차전에서 4이닝 무실점 릴레이를 펼쳤으나 1차전과 4차전에선 두산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특히, 4차전에서 5명의 투수가 투입되고도 4실점하며 추격의 실마리를 스스로 놓쳤다. 31세이브의 임창민마저 ⅔이닝 만에 3실점.
특히, 마지막 승부에서도 버티지 못했다. NC는 스튜어트가 5회 무사 만루에서 김현수에 2타점 2루타로 역전(2-4)을 허용하자, 투수(이민호)를 바꿨다. NC로선 흐름을 끊어야 할 상황이었다. 장원준도 초반 불안했던 걸 고려하면, 막아야 했다. 하지만 이민호는 4사구 2개를 내주면서 2점을 더 내줬다. 두산이 승부수를 띄운 5회, NC의 마운드는 너무 낮았다.
그 한 번이 컸다. NC는 2점을 만회하며 4-6까지 쫓아갔지만 더 이상 추격은 힘들었다. 두산의 철벽인 이현승이 버티고 있었다. 다른 불펜 자원과 다르게 듬직한 이현승이었다. 4차전(2이닝)에 이어 5차전(2⅔이닝)서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불펜은 두산의 불안요소이지만, 마무리만큼은 아니었다. 두산 불펜의 플레이오프 평균자책점은 이현승 혼자의 힘에 의해 15.25(3차전까지)에서 9.23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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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다이노스의 불펜은 3차전까지 괜찮았다. 하지만 4차전부터 삐걱거렸다. 사진은 4차전에서 ⅔이닝 동안 3실점을 한 임창민.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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