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선수 김수경(36)은 이제 없다. 그라운드로 돌아가기 위한 지난 2년의 도전은 끝내 새로운 기회를 열지 못했다.
“3년 전의 첫 번째 은퇴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합니다.”
꽃다발과 주변의 격려, 코치로서의 새 출발 등 부산스러운 ‘하객’과 함께 했던 그날 보다 명백히 훨씬 더 조용하고 쓸쓸한 은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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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드 복귀를 노렸던 투수 김수경이 끝내 꿈을 접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며 웃으며 도전을 멈췄다. 사진=MK스포츠 DB |
그 찜찜했던 미련 때문에 코치 생활 1년 만에 선수로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신인왕 출신’ 김수경의 화려했던 프로 커리어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험한 도전을 했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1년을 뛰었고, 원더스 해체 후 꼬박 1년은 ‘무적선수’로서 홀로 운동을 했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납득보다 노력에 대한 납득이 필요했던 선수. 원 없이 애써 봤고 끝까지 가봤다. “먼 훗날 ‘할 만큼 해봤잖아’라고 내 자신의 젊은 날에게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는 이 도전에 후회가 없다.
“가족이 가장 고맙죠. 끝까지 믿어주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해줬으니까요.”
두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에 그는 스스로 ‘2년’이라는 도전 기한을 설정했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지난 9월까지 프로팀의 입단 테스트 등 목표했던 도전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서 ‘두 번째 은퇴’를 결심하고 이달초 운동을 중단했다.
“사실 두렵고 막막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소문만 듣던 ‘김성근 야구’를 배우겠다고 원더스를 찾아갔을 때도 기대감 이전에 두려움이 컸다.
“과연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거든요. 막상 한 시즌 부딪혀 보면서 내가 극복할 수 있는 한계가 더 늘어났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성장의 보람은 잠시. 원더스 해체 이후 김수경은 더 큰 막막함에 맞닥뜨렸다.
“무적 선수가 되고 나니까 소속팀이 있었던 원더스 시절이 또 얼마나 편안했는지 알게 됐죠.”
‘스타’로 뛰었던 프로 시절의 기억을 묻고, 그렇게 김수경의 ‘절박함’에 대한 정의는 점점 더 가혹해져갔다. 원더스에서 함께 희망을 붙들고 운동하던 선수들의 절실함에 감동했지만, ‘무적선수’로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어디에도 기대지 못한 채 홀로 도전하고 있는 더 어려운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전의 그가 알지 못했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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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경은 은퇴 직후인 지난 2013시즌 넥센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수경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26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다. 지난 2년을 당당하게 셈해 넣은 숫자다.
그만큼 고생했는데, 야구에 질리진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니, 야구는 변함없이 그의 ‘평생의 사랑’이다.
“야속한 마음이 들죠. 원했던 만큼 안 따라와 줬으니까요. 그렇지만 여전히 야구가 재미있고 좋습니다. 계속 야구를 하고 있을 거예요.”
늘 순둥이 미소로 버텼지만, 지난 2년간 분명히 그에겐 무겁고 느리게 흐르던 실망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에겐 꿈이 있었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배웠다. 이루지 못한 꿈도 충분히 꾸어볼 가치가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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