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27일 FA컵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승부차기까지 가서 승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최용수 서울 감독은 YES를 들었다.
진심일까? 아마도 속마음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선제골을 넣고 어떻게든 90분 내 승리하는 것, 두 감독이 공통으로 바라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단판전은 변수 투성이고, 원치 않은 승부차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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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m 러시안 룰렛. 보는 사람은 짜릿하지만, 당사자들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승부차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 승부차기 결승전, 최근 6개 대회 중 3회
기록이 귀띔한다. 최근 FA컵 결승전에선 승부차기 횟수가 몰라보게 늘었다. 두 대회 연속 승부차기 승부였다. 지난해에는 성남이 서울, 2013년에는 포항이 전북을 넘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로 범위를 확장할 때, 6번의 FA컵 결승 중 절반에 달하는 3경기가 승부차기로 결판났다. ‘우연’, ‘확률’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사실은 양 팀 모두에 ‘승부차기 준비는 필수’라는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양 팀은 인천 미드필더 김동석의 말처럼, “수비적으로 하다 역공하는 팀”이다. 기본 철학은 안정이고, 1차 목표는 무실점인 것처럼 보인다. 결승전인만큼 더 신중한 경기 운영을 할 텐데, 경기가 골 없이 끝날지도 모른다. 그다음 순서는 ‘11m 러시안룰렛’이다.
승부차기에 돌입할 경우 골키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규정이지만, 반대로 말해 많이 막는 팀이 승리한다. 키커가 넣지 못해도 키퍼가 막아주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얻는다. 경기를 뒤집는 힘은 골키퍼의 장갑으로부터 나온다.
31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만약 11m 싸움을 펼친다면, 그때는 어느 팀이 승리할 건지 주전 골키퍼 유상훈(서울)과 유현(인천)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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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훈(위)과 유현, 승부차기에 갈 경우 누가 웃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 한 경기 6개 PK 선방 vs 3연속 선방
유현은 FA컵 미디어데이에서 “승부차기에 가길 원치 않지만, (가더라도)자신 있다”고 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중앙대, 울산현대미포조선, 강원FC을 거치며 선방쇼를 펼쳤다. 2011년 대전시티즌과 FA컵 16강전에서 9개의 슈팅 중 6개를 막은 것이 대표 사례다. 중앙대 시절에는 성남일화 프로 선수들의 슈팅을 두 개 막아 모교를 16강에 올려놓기도 했다.
유상훈도 못지않다. 2014년 8월20일 포항과의 AFC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황지수 김재성 박희철의 슈팅을 연달아 쳐냈다. 그 경기가 있기 한 달 전 FA컵 16강에서 만난 포항전에서도 두 번째 키커 김승대에게 좌절을 안겼다. 리그 23라운드 중에는 조수철의 페널티킥을 막았는데, 공교롭게도 조수철은 인천 소속이다.
두 선수 중에선 페널티킥 경험이 많은 쪽은 유현이다. K리그(리그컵 포함) 기준 유현은 23번(16실점/실점율 69.6%)의 페널티킥 상황을 맞았다. 유상훈은 3회(1실점/33.3%)에 불과하다. 반대로 유상훈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FA컵 결승 무대에 서봤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경험은 유현이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유상훈도 페널티킥에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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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요. 사진=윤진만 |
[yoonjinma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