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10월의 마지막 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김태형 두산 감독이었다. 14년 만에 우승으로 두산의 숙원을 푼 그는 잠실구장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았다. 그렇게 아주 높이 올랐다. 감독 첫 해에.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가진 한국시리즈 5차전서 삼성을 13-2로 대파했다. 1차전 패배 이후 내리 4연승을 거둔 두산은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거둔 V4 쾌거다.
삼성은 5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지난 2010년 SK에 4연패를 한 뒤 5년 만에 준우승. 정규시즌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건 2001년 이후 처음이다.
김 감독은 잠실에서 우승 축배를 들겠다는 약속도 함께 지켰다. 그는 지난 25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5차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김 감독은 “우승해서 기쁘다. 그리고 홈팬 앞에서 약속을 지켜 기쁘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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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감독은 부임 첫 해 두산을 14년 만에 우승으로 지도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 감독은 진기록도 세웠다. 한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을 맛봤다. 1995년에는 선수로, 2001년에는 플레잉코치로, 2015년에는 감독으로 우승을 경험했다.
김 감독은 이에 “14년 전 ‘내가 감독으로 우승하면 정말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운이 따랐다. 선수로서 우승할 때도 기뻤는데, 감독으로 하니 더욱 기쁜 것 같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우승으로 가는 길의 가장 큰 고비로 플레이오프 3차전 직후라고 고백했다. 2-16으로 대패하며 두산은 벼랑 끝에 몰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지쳐 ‘이젠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미라클 두산의 시작이 플레이오프 4차전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시리즈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 비해 보다 일방적이었다. 1차전 역전패의 충격에도 끄덕하지 않았다던 김 감독은 “어제 4차전이 승부처였다. 오늘부터는 유희관이 잘 막아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두산은 이제부터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렇기
김 감독은 “시즌을 대비해 치르는 것과 감독의 생각이 들어가 작전을 펼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시즌 전 여러 상황들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그리고 조금 더 집중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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