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B조예선 베네수엘라전)
내친 김에 콜드게임 승리다. 한번 터진 ‘국대 타선’이 연이틀 중남미 마운드를 흠씬 두들겼다.
12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한국-베네수엘라전은 초대 ‘프리미어12’ 대회의 첫 번째 콜드게임으로 기록됐다. 13-2. 6이닝의 공격과 7이닝의 수비로 한국이 완성한 스코어다.
대만 현지의 이종열 최원호 해설위원(SBS)과 함께 그 폭발적이었던 경기를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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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장타와 전략적인 안타가 고루 터지면서 상대를 완파했다. 9번 김재호(두산)가 4회 무사 2루에서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를 성공시키고 있다. 우익선상을 빠져나가는 1타점 2루타가 됐다. 사진(타이베이)=천정환 기자 |
최위원=이번 대회 중남미 팀들 마운드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복’이다. 선발 투수를 빠르게 흔들고 무너뜨리면 경기를 수월하게 끌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워낙 분위기를 많이 타는 뜨거운 선수들이라 초반에 무너진 경기에서 뒷심을 발휘하거나 타이트한 승부에 강한 편은 못된다.
빠른 몰아치기의 효용이 큰 상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1회 정근우의 초구 안타에 이은 손아섭의 초구 기습적인 번트 안타는 상대 선발 모나스테리오의 혼을 뺀 ‘초스피드’한 선제공격이었다. 두 명의 주자를 깔끔하게 불러들인 김현수의 2타점 우중간 2루타는 시작하자마자 경기의 주도권을 움켜쥔 강력한 한방이었다.
이위원=1회 3득점한 상황과 3-2로 쫓긴 4회 4득점한 상황이 모두 이상적이었다. 손아섭의 번트안타와 김현수의 2루타, 황재균의 홈런과 김재호의 페이크번트앤 슬래시가 번갈아 이어졌다. 장타와 전략적인 안타의 혼합으로 상대 수비진의 사기를 죽이고 페이스를 흐트러뜨리는 두 가지를 다 해냈다.
▲ ‘황재균 뇌관’이 2홈런 4안타로 폭발했다.
이위원=번번이 변화구를 잘 공략해냈다. 타자들이 페이스가 좋을 때 흔히 ‘공이 수박 만하게 보인다’고 말한다. 황재균은 전날의 도미니카전에서 안타가 없었지만, 이날 경기 전 훈련 때 “공이 잘 보인다”고 했는데 역시 타격감이 예민하게 살아났다.
▲ 이대은의 태극마크 첫 승이었다.
최위원=몸쪽 속구를 보여주면서 변화구 유인구로 승부하겠다는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경기에 나섰다. 커브와 포크볼이 충분히 떨어지지 못하고 높게 들어갈 때 안타를 허용했다. 5이닝 2실점으로 틀어막았던 데는 히메네스를 3타석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승부가 컸다. 베네수엘라 타선의 중심인 히메네스는 이날 역시 번번이 중요한 장면에 등장했는데 이대은은 히메네스를 상대할 때마다 집중력있는 컨트롤을 보여줬다.
사실 초구 속구에 안타를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승부구로 쓴 포크볼이 가운데로 들어가서 맞아나가면 마운드 운영이 힘들어진다. 다음 등판 때 좀 더 힘을 내야할 부분이다.
이위원=바깥쪽 스트라이크 콜에 인색한 주심 덕분에 투수들이 꽤 고전한 경기다. 이대은 역시 바깥쪽을 노리던 공들을 차츰 차츰 집어넣다가 가운데로 몰리곤 한 것 같다.
이대은의 마이너리그 시절 동료였던 아포다카는 중심이동이 좋은 안정된 타격폼을 갖고 있었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잘 받아치면서 홈런과 2루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대은 역시 히메네스를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집중력, 마운드 운영 능력을 보여준 경기다.
▲ 한국의 14안타 속에 박병호의 안타가 없었다.
이위원=빠른 볼에 타격 타이밍이 잘 안 맞고 있어 안타깝다. 그런데 이게 어떤 계기만 만나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변화구에 한번 타이밍이 맞아서 좋은 안타가 나와 주거나……. 한국 타선이 15이닝동안 숨죽이다가 이대호의 홈런 이후 봇물 터지듯 폭발한 것처럼 박병호에게 필요한 것은 물꼬를 터줄 한방일 수 있다. 원래 몰아치기에 능한 강타자임을 믿고 남은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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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선수들이 12일 베네수엘라전을 7회 콜드게임승으로 마무리한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타이베이)=천정환 기자 |
최위원=도미니카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컬러의 팀으로 본다. 타선은 어느 정도 힘이 있고, 마운드는 기복이 있다. 베네수엘라 투수진과 비교할 때 총합적인 커리어는 다소 떨어지지만, 젊은 유망주들이 많아 마운드의 포텐셜은 낫다고도 볼 수 있다.
이위원=사실 멕시코는 12팀이 초청된 이번 대회에 12위로 참가한 ‘턱걸이팀’이다. 그런데 야구 세계랭킹이라는 게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이 대회를 실제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전력과 크게 상관이 없는 순위인데다 프로 선수들의 국제경기가 귀한 종목이라 매 경기 막상 맞붙기 전에는 서로간의 우위를 종잡기 힘들다.
한국에 영봉승한 일본의 저력, 일본을 1점차로 압박한 멕시코의 힘, 그리고 미국을 이긴 베네수엘라의 화력과 그 베네수엘라를 이기고도 미국에 8회 콜드게임 패한 멕시코의 ‘널뛰기’, 여기에 베네수엘라를 7회 콜드로 완파한 한국의 폭발력까지 모두가 실체다. 이들의 승패가 서로 꼬일 수 있을
대회를 지켜볼수록 단기전의 승패는 전력보다 전략, 경기흐름, 분위기 싸움이라고 느낀다. 베네수엘라전에서 풀어냈던 ‘생각대로’ 되는 야구로 한국이 남은 경기서 ‘생각 밖의’ 변수들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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