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구위가 괜찮은 투수를 빠르게 교체하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구위가 괜찮은 투수가 얻어맞을 수 있는 게 야구다.
결국 전략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승부가 흐르지도 않았다. 이래저래 야구는 재미있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 한국이 ‘퀵후크’를 작정하고 시작했던 경기였지만, 각오했던 전략은 쉽지 않았고 선택은 원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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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선발 이대은은 0-2로 리드를 내준 4회 1사 1,3루에서 교체됐다. 한국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한번 참았던 4회 먼저 3점을 내줬다. 사진(일본 도쿄)=김영구 기자 |
경기 전 선발 이대은(지바롯데)의 몫으로 ‘60구’를 셈했을 만큼 김인식 감독은 한 박자 빠른 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대은은 역투했다. 지켜보기에도 언뜻언뜻 속상했던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을 버텨내면서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4회 첫 타자 나카타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풀카운트서 뿌린 6구째는 좌우든 상하든 도대체 어디에서 빠졌다는 것인지 갸웃할 만큼 ‘들어간 공’으로 보였으나 볼 판정을 받으면서 나카타가 걸어 나갔다. 상당히 뒷맛이 나쁜 주자가 무사에 출루한 셈이다. 이 와중에도 이대은은 다음 타자 6번 마쓰다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잡아냈지만, ‘흐름의 경기’ 야구가 흔히 그러하듯 ‘불운한 기운’을 버텨내기는 쉽지 않았다. 다음 타자 7번 나카무라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아 이대은은 1사 1,3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선동열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이대은이 이미 기대 이상의 90구를 던진 시점이었고, 일본이 흐름을 타고 있었다. 한국의 예고된 ‘전략’으로는 교체 승부수가 예상됐던 순간이다. 그러나 한국 벤치는 한 박자 참는 것을 선택했다.
일단 이대은의 구위가 일찍 포기하기 힘들 만큼 괜찮았다. 일본은 8번 히라타-9번 시마로 이어지는 하위타순이었고, 두 타자가 모두 우타자였던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이대은 이후에 준비했던 투수가 왼손 차우찬(삼성)이었기 때문에 두 타자를 버틴 뒤 좌타자인 아키야마에 맞서 올리고 싶었던 욕심도 있어보였다.
선택은 결과를 냈다.
8번 히라타는 이대은의 초구를 받아쳐 왼쪽 파울라인을 총알같이 벗어나는 날카로운 파울 타구를 날리면서 불안한 전조를 만들더니 2구째를 선제 1타점 좌전안타로 때려냈다. 0-1로 균형이 무너지면서 급격히 분위기가 나빠졌다. 다음 타자 시마의 내야땅볼 타구에선 유격수 김재호의 송구실책이 나와 한점을 더 내주고 말았다.
결국 0-2, 4회 1사 1,3루에서 한국의 첫 번째 투수교체가 이루어졌다.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이어 달리면서 타이트하게 초중반을 버티겠다’고 했던 전략과는 사뭇 달라진 그림이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한국 벤치의 전략도 경기전 계획과 달라졌지만, ‘한일전’의 승부 역시 경기전 예상과 달라졌음이다. 초
한국 타선의 뚝심, ‘극일 DNA’는 기대 그 이상의 괴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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