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약 한 달 동안 진행된 LA다저스 ‘감독 오디션’의 최종 승자는 ‘더 스틸’의 주인공 데이브 로버츠다. 지난 2004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도루 하나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이끌어냈듯, 이번에도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LA타임즈’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23일(한국시간) 데이브 로버츠가 다저스 차기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계약 기간은 3년에 1년 옵션이 추가될 예정이다.
다저스 구단은 24일 이를 공식 발표하고,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정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 다저스 감독 오디션의 최후 승자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캐플러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당시 단장이었던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프리드먼이 다저스에 온 이후 프런트에 합류한 그는 기록 분석에 열의를 드러내며 프리드먼 사장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로 거론됐다.
그러나 결국에는 로버츠가 역전에 성공했다. 가장 큰 변수는 구단주 그룹의 지시였다. 이들은 프리드먼 사장을 비롯한 결정권자들에게 신중한 감독 선임 작업을 요구했고, 9명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이 진행됐다. 로버츠도 이중 한 명이었다. ‘ESPN’은 다저스 구단주의 개입이 감독 선임 작업의 속도를 늦췄고, 로버츠가 경쟁에 합류해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캐플러와 프리드먼의 밀접한 관계도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은 캐플러가 감독이 될 경우, 선수들은 그를 프런트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여길 우려가 있었다며 다저스의 이번 결정을 분석했다. 구단주의 개입도 이런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 로버츠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대주자로 나와 기록한 도루는 "더 스틸"로 불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로버츠는 다저팬들에게도 친숙한 선수다. LA 지역 대학인 UCLA 출신으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구단 전통과도 코드가 맞는다. 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로버츠는 다저스 구단 역사상 첫 번째 유색 인종 감독이다. 재키 로빈슨,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노모 히데오, 박찬호 등 다양한 인종의 선수들을 받아들인 경험을 갖고 있는 다저스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들게 됐다.
현지 언론은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로젠탈은 캐플러와 프리드먼의 관계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독으로 작용한 것처럼, 샌디에이고 시절 단장이었던 조시 번즈 부사장과의 밀접한 관계도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 우승 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한다면, 그는 구단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SPN은 “토미 라소다의 불같은 리더십과 월터 알스턴의 지적인 모습이 결합된다면 앞으로 20년간 다저스 감독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를 두 명의 명예의 전당 입회 감독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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