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LG 트윈스의 외야수 이형종(26)을 만난 건 지난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야구대제전에서였다. 이날 이형종의 모교 서울고는 경남고와의 대회 준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경기 뒤 서울고의 여러 선수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이형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형종은 이날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0회말 1사 만루에서 그는 대기 타석에 서 있었지만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설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형종은 경기 뒤 “서울고 유니폼을 입으면 기분이 남달라진다. 선후배들 간의 단합된 모습에 더 잘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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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서울 고척스타이돔에서 만난 이형종. 이형종은 외야수 전향에 대해 "마지막 도전, 후회없이 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사진(고척)=김진수 기자 |
결국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외야수, 즉 타자로의 전향이었다. 지난 해 말부터 방망이를 잡은 그는 이제 훈련한지 1년이 넘었다. 올 시즌에는 1군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형종은 2군에서 39경기에 나서 타율 3할5리 13타점 5도루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비췄다.
이형종은 “서용빈 코치님 지도하에 밤낮 훈련했다”면서 “외야수로 전향한지 4~5개월 만에 타석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다보니 내가 친 안타는 운 같았다. 마치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보통 선수들이 오랜 기간 훈련을 거쳐 타자로 나서는데 비해 자신은 상대적으로 짧은 훈련 기간을 거쳐 타석에 들어서다보니 적응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이형종은 “이제 1년이 넘으니까 이제 조금 내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한 “2군이지만 올해 데뷔한 이래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훈련도 모두 소화했다. 내 몸한테 고맙다”고 덧붙였다.
서울고 시절 투수와 타자를 병행했지만 입단 후 글러브를 잡은 선수가 방망이로 바꿔 잡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이형종은 반복되는 부상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이형종은 “투수를 하면서 팔꿈치 수술, 어깨 통증 여러 일들을 겪었다”면서 “(외야수는) 마지막 도전이고 야구를 좋아하는 만큼 후회 없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용빈 코치는 이형종을 향해 “죽어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힘든 순간마다 이형종은 초심을 잡는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이형종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지만 팀 내 경쟁은 바뀌지 않는다. 외야 자원이 많은 팀에서 경쟁은 쉽지 않다. 그는 “투수든 타자든 선의의 경쟁이다. 프로세계인만큼 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내년 최우선 목표로 1군 진입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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