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2015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일 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메이저리그도 잠시 쉬면서 다가 올 2016년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기 앞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첫 번째로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명장면들을 모아봤다.
올해의 9회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 로열즈는 월드시리즈에서 야구는 9회부터 하는 스포츠임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는 3-4로 뒤진 9회 알렉스 고든이 상대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 넘기는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포스트시즌에서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던 파밀리아에게 첫 블론세이브를 안겨줬고,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하며 시리즈를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갔다. 이는 2001년 뉴욕 양키스의 스캇 브로셔스 이후 처음으로 나온 월드시리즈 9회 동점 홈런이기도 했다.
장소를 뉴욕으로 옮겨 치른 5차전에서도 이들은 9회 다시 한 번 기적을 연출했다. 1-2로 뒤진 9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3루 주자로 나가 있던 에릭 호스머는 살바도르 페레즈의 3루수 앞 땅볼 때 거침 없이 홈으로 들어왔다. 다소 위험했지만, 상대 1루수 루카스 두다의 송구가 벗어나며 세이프. 동점에 성공했다. 결국 팀은 연장 12회 5득점에 성공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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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나온 바티스타의 배트 던지기는 2015년 가장 호쾌한 배트 던지기 중 하나였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올해의 도발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나온 메츠 선발 노아 신더가드의 초구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신더가드는 상대 첫타자 알시데스 에스코바에게 초구로 몸쪽 높은 코스에 패스트볼을 던졌다. 경기를 마친 뒤 신더가드는 “상대 타자가 너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막고자 했다”며 계획된 ‘도발’이었다고 설명했다.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현지 언론은 이것이 캔자스시티 투수들이 메츠 타자 다니엘 머피에게 공격적인 투구를 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해석했다. 어찌됐든 겁 없는 신인 투수의 도발은 월드시리즈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올해의 데뷔전
메츠의 또 다른 신인 투수 스티브 마츠는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6월 29일(이하 한국시간) 시티필드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한 그는 마운드에서는 7 2/3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 타석에서는 3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전에서 3안타 4타점을 올린 투수는 그가 처음이다.
올해의 끝내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 4연전은 피츠버그 팬들에게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3승 1패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7월 12일 열린 시리즈 3차전은 백미였다. 4-5로 뒤져 패색이 짙던 연장 14회말, 앤드류 맥커친이 가운데 담장 넘기는 2점 홈런으로 한 번에 승부를 뒤집었다. 홈으로 들어오던 맥커친은 양 손을 허리에 얹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그야말로 ‘간지 폭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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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머의 홈 쇄도는 시리즈 판도를 바꿨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올해의 ‘빠던’
1993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토론토는 기간 내내 축제분위기였다. 10월 15일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은 절정이었다. 포수 러셀 마틴의 어이 없는 실책으로 실점을 허용하며 2-3으로 끌려가던 7회말, 상대 유격수 엘비스 앤드루스의 연속 수비 실책으로 동점을 만든 토론토는 2사 1, 3루에서 호세 바티스타가 샘 다이슨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때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바티스타는 타구를 때린 순간, 왼손에 쥐고 있던 배트를 거칠게 집어던진 뒤 포효했다. 이 장면이 텍사스 선수들의 심기를 자극하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긴 했지만, 토론토 팬들에게는 아드레날린 분비의 절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올해의 묘기
메츠 우완 선발 바르톨로 콜론은 9월 6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 도중 놀라운 묘기를 보여줬다. 6회말 2사 1루에서 저스틴 보어의 1루 라인 따라 흐르는 느린 땅볼 타구를 잡아 허리 뒤로 던져 타자 주자를 1루에서 아웃시켰다. 마치 농구 묘기를 보는 듯했다.
묘기라면 시카고 컵스의 존 레스터도지지 않았다. 4월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경기 2회 투구 도중 상대 타자의 타구를 잡은 그는 공이 글러브에서 빠지지 않자 공이 든 글러블르 통째로 1루에 던지는 재치를 발휘,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올해의 악동
캔자스시티 선발 투수 요다노 벤추라는 악동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시즌 첫 4차례 선발 등판 중 3차례 등판에서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했다. 특히 지난 4월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상대 타자 아담 이튼에게 ‘F’가 들어가는 거친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양 팀은 결국 난투극을 벌였고, 캔자스시티의 에딘슨 볼퀘즈, 화이트삭스의 제프 사마자와 크리스 세일이 퇴장당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 꼴.
벤추라는 이에 앞서 같은 달 19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13일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도 상대 선수에게 위협구를 던지거나 언쟁을 벌여 벤치클리어링을 일으켰다. 다행히(?) 이후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올해의 협동 정신
201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홈구장 PNC파크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경기에서는 강풍까지 불었다. 결국 갑작스런 강풍에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설치하던 구단 직원 중 한 명이 넘어지며 방수포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지켜보던 피츠버그 외야수 앤드류 맥커친과 유틸리티 선수 션 로드리게스는 바로 그라운드로 달려가 나머지 직원들과 방수포를 잡아당기며 ‘방수포 괴물’이 집어삼킨 직원을 구했다. 이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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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치면 산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들. 사진=ⓒAFPBBNews = News1 |
올해의 눈싸움
샌프란시스코 선발 매디슨 범가너에게 2015년은 아쉬운 해였다. 218 1/3이닝을 팔아프게 던지며 18승 9패를 기록했지만, 팀 성적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9월 25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경기 도중 일이 벌어졌다. 볼넷을 허용한 뒤 포수가 던져주는 공을 받으며 화를 냈고, 이를 볼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받아들였는지 마스크를 벗고 홈플레이트 앞으로 나와 범가너를 노려봤다. 범가너도 이에 지지 않고 노려보면서 눈싸움 한 판이 벌어졌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눈싸움 한 판을 벌인 뒤 웃어줬지만, 둘은 미소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올해의 특별 출연
영화배우 겸 코미디언 윌 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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