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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내내 오로라 관측이 가능한 캐나다 옐로우나이프 지역의 오로라 출몰 모습 <캐나다관광청> |
보니, 발밑은 호수 얼음 위. 그렇지만 얼음판 대신 눈밭이라. 무섭지도 넘어져도 아프지도 않다. 푹신하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까. 1시간, 2시간, 3시간. 지쳐갈 즈음, 칠흑 같은 어둠속에 새하얀 설국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달빛이 아니다. 드디어 신비로운 우주의 군무가 시작된 것이다. 녹색 아니 붉은 색... 바로 말로만 듣던 오로라의 출몰이다. 밤하늘을 휘몰아치는 오로라. 신비로운 빛의 커튼이 펼쳐졌다 사라진다. 급기야 땅까지 내려와 훅하니 내 가슴에 훑고 스쳐 지난다. 불과 20~30분, 짧게 나타나 사라져 버린 오로라. 한바탕 초록빛 오로라 샤워에 방한복 속 등줄기엔 땀이 흠뻑 젖었다. 영하의 추위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 초록빛 오로라 샤워에 절로 힐링
오로라는 라틴어로 새벽을 뜻한다.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가 자성을 가진 지구의 극지방 주변을 둘러싸면서 생긴 붉거나 녹색인 자기 에너지의 띠다. 북극과 남극에서 다 볼 수 있지만 북위 60∼80도 지역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1년 내내 발생하는 지역을 오로라 오발이라 한다.
오발 지역 내에 위치하면서 정기 항공편을 이용해 접근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지역이 바로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다. 이것이 옐로나이프를 최적의 오로라 관측 장소라 칭하는 이유다. 사방을 둘러봐도 1000km내에 산맥이 없다. 거의 평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옐로나이프는 그야말로 거대한 평원. 덕분에 바로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오로라도 어떠한 시야의 방해도 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호텔에 도착해 영하 30도에도 견딘다는 방한복으로 갈아입자마자 바깥 구경에 나섰다. 얼마나 추울까 싶어서. 현재시각은 오후 5시. 온도는 영하 19도. 근데 견딜만하다. 별거 아니네. 하지만 볼 살은 만져도 감각이 없다. 얼어버린 거다.
옐로나이프 시내는 아주 작고 아담하다. 우리나라 읍 소재지 정도랄까. 그곳에 주정부 의회, 북극지방 관광객 센터, 쇼핑몰, 레스토랑, 금광, 선주민 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쇼핑센터의 다이아몬드 매장이 눈길을 끈다. 웬 다이아몬드. 알고 보니 옐로나이프 인근에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달해 있단다. 그래서 저렴하다고.
▷ 오로라 관측 명소 오로라 빌리지
오로라 관측은 오로라 빌리지에서 진행된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 빌리지까지는 약 30분. 눈뿐인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달리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냥 눈 쌓인 벌판이랄까. 그냥 휑하다. 그리고 무척 춥다. 밤이면 기온은 급강하한다. 영하 25도는 기본이라고.
호수 주위로 티피라 불리는 원뿔형의 북미 원주민 전통 천막이 여행자를 반긴다. 추위를 피해 티피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난로와 테이블, 의자가 갖춰져 있다. 탁탁 나무 타는 난로 앞에 앉으니 온기와 함께 아늑한 겨울 여행의 낭만이 느껴진다. 이곳은 오로라 관측 중 언 몸을 녹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늦은 시간까지 선주민 전통 스튜와 보리빵 등이 제공된다. 이곳에서 맛보는 따뜻한 커피, 차, 핫 초콜릿 등은 그야말로 별미다.
오로라 관측하기 좋은 곳은 티피 바로 앞 넓은 호수. 티피에서 가까워 추위를 피하기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오로라 관측 포인트는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머스쿡스 언덕이나 버팔로 언덕. 지대가 높아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과연 명당이다.
패키지여행이라도 오로라 관측은 예정된 것이 없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마냥 기다릴 뿐.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티피에서 수다를 떨다가 오로라가 나타나면 바깥으로 나서는 것이 상책. 아니면 바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워서 보는 것도 좋다. 좀 춥지 만. 그래도 옐로나이프는 그나마 3일 머물면 95% 관찰이 보장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오로라가 나타난다. 만약 초저녁부터 눈이 내린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귀가하는 것이 좋다.
▷ 극지방에서만 해볼 수 있는 이색체험
옐로나이프에서는 오로라 관측 외에도 추운 지방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겨울 액티비티도 준비되어 있다. 스노모빌 운전, 개썰매 타기, 극지방 얼음낚시 등이다. 개썰매 타기는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개썰매 조종수가 능숙하게 개를 조종해 눈이 쌓인 숲 속과 언 호수 위를 경쾌하게 달린다. 힘차게 달리는 썰매 견들의 강한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뒤에 앉은 사람들은 추위와 싸워야 한다. 너무나 춥다. 아직 바깥 기온은 영하 20도니까.
스노모빌 드라이빙은 오로라 빌리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체험이다. 스노모빌을 운전해 얼어붙은 호수 위를 가로질러 마음껏 달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스노 슈를 신고 숲속을 산책하는 스노 슈 체험도 있다.
[옐로나이프(캐나다) = 전기환 객원기자]
#옐로나이프 즐기는 여행 Tip
1. 옐로나이프 가는 법 = 인천에서 옐로나이프로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먼저 캐나다의 관문인 밴쿠버로 이동한다. 밴쿠버에서 캐나다 국내선을 이용하여 캘거리 또는 에드먼턴을 경유하여 옐로나이프로 이동한다.
2. 오로라 빌리지 = 사전에 예약하면 밤 9시 호텔로 셔틀버스가 온다. 방한복, 방한장갑, 방한부츠 등은 무료로 대여된다. 영하 30도에서 추위를 잊을 만큼 방한기능이 뛰
3. 오로라상품 판매처 = 내일투어(02-6262-5959), 모두투어(1544-5252), 세계로 여행사 (02-2179-2522), 온라인투어(02-3705-8194), 인터파크(02-3479-6405), 참좋은여행 (02-2188-4074), 하나투어(02-2127-1202)에서 오로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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