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90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는 축구 경기에서 다른 종목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이 합당할까.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오심 여부와 관계없이 심판의 판정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보수파와 세계 추세에 발맞춰 축구도 변해야 한다는 개혁파가 팽팽하게 맞선다. 구세력인 조제프 블래터(69)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굳이 나누자면 전자에 가까웠다. 비디오 판독을 차일피일 미뤘으니까. 잔니 인판티노(46) 신임 국제축구연맹(FIFA)은 새 얼굴답게 혁신을 부르짖는 쪽이다. 그는 “책임감 있게, 현대적인 방식으로 일한다”는 게 모토다. 비디오 판독건에 대해서도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이 시스템을 실험하길 바란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예단하지 말라”고 웨일스에서 열릴 FIFA 연차 총회를 하루 앞둔 4일 말했다.
비디오 판독은 ‘축구 대통령’이 부임 후 첫 회의에서 거론할 안건 중 하나이다. FIFA 회장 당선 전부터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인판티노 회장은 “내일 본 회의에서 토론하겠지만, 머잖은 미래에 이 제도 시행이 불가피할 걸로 본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누구처럼 미루지 않겠다. 축구계는 비디오 판독을 서두르라’고 읽힌다. 축구계는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말이 ‘법’은 아니지만, 법에 견줄만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새 회장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받아칠 국가, 리그는 많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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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판독이 도입하면 심판이 이렇게 선수들에게 둘러싸일 일이 줄어들 것이다. 사진=AFPBBNews=News1 |
K리그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 이전부터 비디오 판독 도입 방식, 적용 시점, 실효성 등에 대해 고민했다. 4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장은 “왜 우리가 먼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실험하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K리그는 올 시즌부터 승점-득실차-다득점 순의 순위 산정 방식에서 탈피해 ‘승점-다득점-득실차 순으로 변화를 꾀했다. 새 시스템으로 각 팀의 ’공격 축구‘를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비디오 판독도 다른 어느 리그보다 빨리 실험해본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허정무 연맹 부총재는 필요성을 역설하며, “클래식과 FA컵에는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려 있다. 챌린지부터 우선 실험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 이런 고민에도 수십 년간 지속한 현 체제를 바꾸는 일, 그리고 신체제를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인 플레이 도중 경기를 끊는 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 ‘벤치에서 계속 항의할 경우, 번번이 경기를 중단하고 리플레이 영상을 살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날아들 수 있다. ①득점 여부, 페널티킥 합당 여부, 퇴장 합당 여부 등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경우, 감독 또는 코치진이 대표로 대기심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 ②대기심이 주심에 연락해 경기를 일시정지한다. ③심판진이 한데 모여 논란이 될 영상을 직접 보고 재판정한다. 한국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타스포츠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식인데, 보다 정확한 판정을 내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기를 지연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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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5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서울 SK 경기 중 심판진이 모여 비디오 판독을 하는 모습.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그럼 이 방법은 어떨까. 심판진 중 한 명이 경기장 외곽에서 영상을 보며 경기장 안 주심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주심이 첨단 장치를 착용해 경기 중 즉각 대처하는 방법이다. 현 기술력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단 생각이다. 주심의 권한도 덜 침해하면서 경기 지연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효율성과 같은 문제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한 현역 심판은 “솔직히 말해 심판 입장에서 비디오 판독을 환영하지 않는다. 심판의 권한이 축소될 것이고,
글=윤진만 (MK스포츠 축구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