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의 결승 선포문: 너희는 강하다, 우리는 즐긴다

[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김근한 기자] 1년 전 OK저축은행의 깜짝 돌풍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창단 2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OK저축은행는 V리그의 절대 강자였던 삼성화재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짜릿했던 뒤집기 우승 이후 다시 1년이 지났다.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은 다시 그 때와 같이 ‘도전자’의 입장으로 현대캐피탈을 만난다. 현대캐피탈을 향한 결승 선포문은 이렇다. “그래, 너희는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즐기겠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4일 대전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화재와의 원정 경기서 세트 스코어 3-1(25-18 20-25 25-19 25-20)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2승으로 깔끔하게 챔피언 결정전에 안착했다.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진출.

↑ OK저축은행이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리그 18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이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이번 플레이오프 2경기 내내 삼성화재를 압도했다. 1차전은 시몬이 그로저를 압도하는 활약으로 기선 제압을 성공시켰다면 2차전은 송명근과 송희채 등 토종 공격수들의 분발까지 나오면서 완승을 거뒀다. 아킬레스건으로 보였던 세터 곽명우도 걱정과는 달리 무난한 호흡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젊고 활기찬 공격적인 팀 컬러를 유감없이 보여준 플레이오프였다.
1년 전과 같은 선상에 선 OK저축은행은 18연승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에 도전장을 내민다. 물론 만만치 않은 상대다. 스피드 배구가 녹아든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누구도 막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 OK저축은행 역시 현대캐피탈의 강함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위세에 움츠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본래 공격적인 스타일을 더 내세우고 지금 분위기 그대로 즐기겠다는 각오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경기 후 현대캐피탈전에 대한 구상을 공개했다. 전력 상 한 수 위임을 인정했다. 김 감독은 “스피드 배구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 수비 역시 탄탄하기에 전력으로는 우리보다 한 수 위다. 하지만 우리 스타일대로 가겠다. 더 공격적으로 간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후반기 들어와서 한 세트도 못 가져왔다. 사실 한 경기라도 따고 싶다. 첫 경기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강조했다.

↑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현대캐피탈과의 결승전에서 공격적인 팀 컬러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현대캐피탈의 현란한 공격 작업에 대한 블로킹 대비도 필요하다. 주포인 오레올 흔들기와 곽명우의 큰 경기 경험도 키포인트다. 김 감독은 “상대 공격에 따라다니는 블로킹은 안 하겠다. 맨투맨으로 맡고 자기 앞쪽만 막아보겠다. 각자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 결국 서브와 서브 리시브가 관건인데 그 중심인 오레올을 흔들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곽명우가 플레이오프라는 큰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다”고 설명했다.
팀 리시브의 핵심인 송희채도 결승전을 즐기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송희채는 “물론 리그를 18연승으로 끝낸 현대캐피탈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는 어렵게 올라가서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힘든 걸 미리 겪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 지난 결승전 때 좋았던 느낌이 이번에도 온다. 질 수도 있지만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정말 재밌게 미친 듯이 한 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기세를 탄 젊은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과 후반기 리그를 지배한 현대캐피탈과의 대결. V리그의 대장정을 마무리 할만한 ‘빅뱅’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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