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2016년 KBO의 35번째 시즌을 함께 맞는 10개 구단 가운데 1982년 리그 출범을 함께 했던 ‘원년멤버’는 5개 구단이다. 이중 출발 당시의 구단 이름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프랜차이즈는 2개로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다.
34번의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많이 이긴 팀은 라이온즈(2,332승), 가장 많은 패전을 견딘 팀은 자이언츠(2,165패)다. 통산 승률 5할을 넘기고 있는 프랜차이즈는 5개(삼성 NC SK KIA 두산). 지난해 데뷔한 막내구단 kt는 첫 시즌 승률 3할6푼4리로 새 구단의 역사를 시작했다.
MK스포츠가 2016시즌 개막 특집으로 마련한 ‘3자토론’의 두 번째 주제는 구단이다. 최종준 전 LG·SK단장, 이순철 SBS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을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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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 출범 원년의 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두 팀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다. 두 팀은 각각 정규시즌 통산 최다승(삼성), 최다패(롯데)를 기록 중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누구나 끄덕일 수 있는 ‘명문구단’을 우리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우승 그 이상의 가치를 목표로 설정하는 구단들도 생기고 있는 듯한데.
▷이효봉 위원 = 솔직히 체감하긴 쉽지 않다. 우리 구단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가치로 성적 이상이 있는지.
▷최종준 전단장 = 명문구단으로 꼽히려면 채워야할 조건들이 많다. 우선 시스템이 잘 짜여 있는 구단이어야 한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는 팀은 좋은 구단이 아니다. 여러 번 매각됐거나 이 곳 저 곳 옮겨 다닌 구단 역시 이 이름을 얻기 어렵다.
한 야구팀의 퍼포먼스는 종합예술이다. 선수들의 플레이, 사령탑의 지휘, 구단의 행정력 등이 모두 최고로 어우러져야 ‘명문’의 이름이 어울린다.
▷이순철 위원 = 연고 선수들에게 우선권을 갖는 신인 1차지명의 규모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각 구단들이 독특한 색깔과 전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수 고교팀의 특정지역 편중 현상 때문에 당장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구단들이 있다. 그러나 입지의 유불리를 단기적으로 따지지 말고 지역연고제라는 시스템의 큰 이득을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효봉 위원 = 지역연고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방향에 동감한다. KBO가 아마야구의 건강한 성장을 챙겨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는 각 구단이 자기 연고의 아마팀들을 살뜰하게 챙기는데서 시작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스스로 발굴하고 키워내면서 구단의 전통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리그의 발전을 위해서 (구단이) 조금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구단들이 늘어나는 게 소망스럽다. 멀리 보는 구단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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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준 전 LG·SK단장은 치밀하고 유기적인 구단의 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사진=김승진 기자 |
▷이순철 위원 = KBO의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최종준 전단장 = 사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당장의 성적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경쟁 프로리그에 뛰어든 사령탑의 숙명이다.
▷이순철 위원 = 그래서 구단과 감독의 합의가 중요하다. 팀 전력의 현실과 가능한 목표에 대한 합리적인 동감이 있어야 하고, 시즌이 끝난 후의 평가에서는 (당초의 기대치에 대한)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이효봉 위원 = 구단 사장이 올해 예상순위를 내봐라 했을 때 현장에서 7위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이걸 그대로 올리기 민망한 팀장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기 힘든 정도’ 쯤으로 말하자는 마음에 5~6위권으로 고쳐 올려본다. 이걸 받아 쥔 단장은 ‘아 조금만 노력하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은 할 만 하겠구나’ 생각하면서 막상 사장에게 ‘가을야구’가 목표라고 보고할 수 있다. 이러면 애초의 7위 전력 분석과는 전혀 다른 목표가 설정되고 만다.
▷최종준 전단장 = 프런트의 전문성이 문제다. 그룹 임원들의 거쳐 가는 자리로 야구단 사장과 단장 자리가 소모되거나 해서는 역시 명문구단이 못된다. 사실 어떤 구단이 감독을 쉽게 자르는 이유 중에는 성적에 대한 프런트의 변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효봉 위원 = 그래서 당해 전력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프런트의 능력이 절실하다. NC는 지난겨울 최고액 FA 박석민을 데려왔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 팀으로 올해 우승권 전력인 NC이기 때문에 납득이 가는 베팅이다. 그런데 전혀 무리한 목표를 세울만한 전력이 아닌 시즌에 지나친 베팅을 하는 구단을 볼 때가 있다. 과욕으로 느껴지고 프런트와 현장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남는 시즌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야구단 단장은 (경영 전문가보다) 무조건 야구를 잘 아는 분이 좋다.
▷이순철 위원 = 그런데 한 시즌이 아닌 한 경기로 들어가면 사실 양면성이 좀 있다. 프런트가 야구를 많이 아는 건 좋은데 열정이 과해서 ‘if’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현장으로선) 이길 재간이 없다.(웃음)
▷최종준 전단장 = 프런트 입장에서 경기를 바라보면 현장의 전략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야구를 오래 본 팬들이 그런 것처럼. 물론 좋은 프런트라면 현장의 ‘감각’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늘 인정해야겠지만.
▶구단이 감독의 경기를 평가하는 잣대는 오직 승수만은 아니어야 할 텐데.
▷최종준 전단장 = 실제로 아니다. 프런트 입장에서 상대가 잘해서 진 경기는 뒷맛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우리 팀이 자멸해서 지는 경기는 참 보기가 싫다. 그런 경기가 잦아지면 현장에 원망이 생길 수 있다.
우리 팬들의 야구 보는 문화도 많이 성숙해졌다. 납득할 수 없는 경기를 원망하지 납득할 수 있는 패배를 비난하지 않는다. 현장이 ‘품격 있는 야구’를 해야 한다.
▷이효봉 위원 = 그런데 우리가 못해서 졌다는 그 느낌이 사실은 실력 차이다.
▷이순철 위원 = 현장의 변명을 해보자면, 프런트나 팬들이 채근하는 ‘납득할 수 있는 패배’라는 게 참 어렵고 모호한 개념이다. 한 마디로 ‘잘 싸우고 지는 경기’를 하라는 건데.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잘 싸우고 진 경기는 정말 몇 경기 없다. 잘 싸우면 이긴다. 속상하고 억울한 경기들을 지게 되는 거지.
▷최종준 전단장 = 사령탑이 흥분해서 내주는 경기도 있는 것 같고.(웃음) 그 순간 왜 대타를 안 썼지? 이런 의문을 던지는 경기들도 있다.
▷이순철 위원 = 스탠드에서 내려다들 보시니까 그렇게 보이지 현장의 느낌은 그렇지 않다. 대타나 투수교체에서 그 경기의 흐름만으로 보면 못마땅한 결정들 가운데는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했던 선택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프런트가 “그런 경기들만 줄이면 우승할 거다” 이렇게 편하게 계산해버리면 감독들은 답답해진다. 오히려 그런 위험한 계산에서 감독을 보호해줘야 하는 게 프런트다.
물론 아예 어이없는 경기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경기가 반복되는 것은 현장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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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감독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기 힘든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진=김승진 기자 |
▷이효봉 위원 = 감독은 ‘하고 싶은 야구’가 있어야 한다. 꿈과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걸 펼쳐 보여야 한다. 그걸 못해낼 때가 실패한 감독인 것 같다.
▷최종준 전단장 = 구단과 감독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조기 해임되는 것은 결국 구단의 시스템 실패다. 야구감독은 전권을 가질 수 없다. 프로야구는 조화된 시스템의 통합적인 경쟁력을 요구하는 종목이고 각 파트별로 기능이 잘 발휘돼야 한다. 이 특성을 프런트가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감독도 잘 알아야 한다. 좋은 프런트와 좋은 감독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신사의 룰’을 잘 지킨다.
▷이효봉 위원 = 감독 재목을 장기적으로 키워내는 구단들도 나왔으면 좋겠다. 왜 최동원이 롯데 감독을 못했을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해본다. 아까운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참 많았다. 한 팀에게 스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소중하게 키워내는 자산이다. 그만큼 구단이 오랫동안 준비해서 팬들 앞에 선물 같은 감독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최종준 전단장 = 프런트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감독이 탄생하면 그보다 반가울 일이 없다. 다만 스타급 선수들이 그런 (감독) 재목이 되도록 스스로 성장해주길 기다리기만 하기보다는 성장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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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는 물론 감독 역시 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구단을 기대한다. 사진=김승진 기자 |
▷이효봉 위원 = 오래오래 꼴찌 하는 팀들이 한미일 모든 리그에서 나온다. 그만큼 하위권 팀이 리바운드 하는 게 무척 어렵다. 이런 팀들에게 필요한 비전은 사실 상당히 장기적이다. 그래서 약한 팀이 부활하는 데는 프런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의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순철 위원 = 어려울수록 프런트의 이해와 지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프런트야구’라는 용어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말의 느낌 때문에 현장과 대립하는 의미의 프런트로 들린다. 자칫 구단 운영의 주도권을 둔 프런트와 현장의 세력싸움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적인 ‘프런트야구’의 지향점은 세력크기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최종준 전단장 = 정확한 지적이다. 프런트야구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단기적인 성적, 결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구단의 힘은 그런 시스템이다.
(③편 ‘스타의 품격’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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