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3주간의 모의고사는 모두 마쳤다. 1위부터 10위까지, 등수는 정해졌다. 하지만 무의미하다. 하나의 준비과정일 뿐이다. 저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길은 꼭 하나가 아니다. 10개, 20개, 30개 등 수많은 길이 놓여있다.
모두가 ‘최고’를 꿈꾼다.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누구든지 가을야구에 대한 목마름도 크다. 그 외에도 최고의 순간을 꿈꾼다. 그렇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을 준비했으며 갈고 닦았다. 7개월 뒤에는 활짝 웃을 수 있는, 그 최상의 방식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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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에 영웅이 태어난 건 2008년. 올해로 9세가 된 영웅은 얼마나 클까. 그 성장속도가 넥센의 2016년 키워드다. 사진=김재현 기자 |
넥센은 약해졌다. 외부는 물론 내부도 그렇게 생각한다. 전력 누수는 크다. 에이스(밴헤켄), 홈런왕(박병호), 안타왕(유한준), 구원왕(손승락)이 떠났다. 홀드왕(한현희)과 차세대 에이스(조상우)는 부상으로 쓰러졌다. 다른 9개 구단 감독도 저마다 속을 앓겠으나, 염경엽 감독만큼은 아닐 터다.
넥센은 1년 사이 시범경기 1위에서 9위로 수직 하락했다. 5승 1무 10패. 3경기를 하면 2번은 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넥센은 올해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염 감독은 ‘75승’을 목표 승수로 정했다. 시범경기 승률(3할3푼3리)을 2할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것.
그들을 둘러싼 냉혹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허풍에 가깝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넥센이기에 뭔가 다르고 해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도 만든다. 염 감독의 표현을 따라 2016년은 넥센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차, 포, 마, 상이 없다. 그러나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새로운 차, 포, 마, 상은 있다. 아직 덜 영글었고 검증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레벨업. 넥센은 단기적인 관점으로 시즌을 준비하지 않았다. 2017년, 2018년까지 단계별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그게 흥미로울 넥센이다. 그런데 그 물음표가 느낌표로 빨리 바뀐다면, 넥센은 원하는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넥센은 색깔을 바꿨다. 파워 야구가 아닌 스피드 야구로 탈바꿈이다. 외국인타자도 장타자가 아닌 교타자를 택했다. 박병호와는 다른 유형의 4번타자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통산 3할 타율(.301)의 채태인을 영입했다.
시범경기서 넥센이 추구하는 색깔은 잘 드러난다. 팀 홈런(9) 10위지만, 팀 도루(23)는 2위다. 10명의 선수가 도루를 기록했다. 너도나도 다 뛴다. 박정음, 고종욱, 서건창, 김규민, 김하성 등 발 빠른 선수가 적지 않다. 이택근도 3년 만에 20도루에 도전한다. 그게 확실히 뿌리내린다면, 넥센의 발야구는 또 다른 공포를 심어줄 것이다.
그리고 수비 야구다. 100실점 줄이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1득점이 귀한만큼 1실점이라도 아껴야 한다. 최소 실책(6) 1위를 기록했다. 집중력이 좋다는 방증이다. 고척돔이라는 새 환경은 더욱 집중력을 높이게 만든다. 자연스레 투수들의 빠른 템포의 공격 피칭까지 더해지고 있다. 나쁘지 않다. 이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염 감독은 올해 따로 계산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음표가 너무 많아, 상황에 맞춰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의 기대심리대로 펼쳐진다면, 계산하기 수월할 터. 항상 고민거리였던 4-5선발에는 박주현, 신재영, 김상수가 좋은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하영민, 김정훈 등까지 더해 22승을 합작하면 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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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은 채태인을 영입해 타선 강화를 꾀했다. 채태인은 넥센 타선의 맞춤형 퍼즐이 될 수 있을까. 사진=김재현 기자 |
넥센은 선수층이 얇아졌다는 평이다. 그러나 ‘가능성 있는’ 선수층은 두껍다는 게 내부 생각이다. 야수만 해도 임병욱, 박정음, 강지광, 홍성갑, 김규민, 장영석 등 줄줄이 가득하다. 그들이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넥센의 농사를 결정짓는다. 1년뿐 아니라 3년 농사를.
돌이켜보면, 넥센에는 해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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