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어린 시절 비디오게임을 즐겨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그 기분. '끝판왕'이라 생각한 적의 보스를 힘들게 이겼는데 더 고난도의 스테이지가 나타났을 때 허무함을 기억하는가.
LA에인절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한 최지만(24)의 현재 심정도 그렇다. 8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허무하다"며 꿈이 현실이 된 소감을 전했다.
룰5드래프트로 에인절스에 합류한 최지만은 스프링캠프에서 경쟁력을 보여줬고, 그 결과 에인절스 개막 25인 명단에 합류했다. 높은 타율은 아니지만 터질 때 터져주는 타격, 안정적인 1루 수비와 좌익수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마이크 소시아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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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진짜 목표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는 지난 6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좌익수 대수비로 출전하며 메이저리그 데뷔를 치렀다. 주위에서는 이를 축하한다는 연락이 쏟아졌지만, 그는 "데뷔를 했어도 내가 한 게 없다"며 축하를 받을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최지만의 팀내 역할은 1루와 좌익수 백업, 그리고 좌타 대타 요원이다. 역할이 역할이기에 자신에게 오는 기회를 진득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는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새로운 곳에 적응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그에게도 '메이저리거'가 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홈 개막전 때였다. 그는 선수 소개 시간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고 3루 베이스 라인으로 뛰어나가던 순간을 떠올리며 "소름끼쳤다"고 말했다. "퓨처스 게임 때 그런 기분을 한 번 느껴봤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오프닝데이 행사를 화려하게 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거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지만은 이번 텍사스와의 4연전이 끝난 뒤 다시 한 번 "메이저리거가 됐구나"라는 것을 느껴 볼 예정이다. 전용 비행
최지만은 8일 열리는 텍사스와의 시리즈 첫 번째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한다. 아직 타격 기회를 갖지 못한 그에게 이날 기회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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