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르기까지 132년이 걸렸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는 1부에서 지낸 기간(48시즌)보다 2부(62시즌)에 더 오래 머물렀다. 불과 7년 전인 2008-09시즌에는 3부에 몸담았다. 지난시즌 막판 9경기에서 7승을 거두지 않았더라면 또 다시 2부로 추락할 뻔했다.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강등 후보’였다.
올 시즌도 출발은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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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야드 마레즈와 제이미 바디, 레스터시티 EPL 우승의 두 주역. 사진(잉글랜드 뉴캐슬)=AFPBBNews=News1 |
나이젤 피어슨 전 감독의 아들 제임스가 팀 동료와 함께 태국 전지훈련 중 성행위 비디오와 인종차별 행위를 하는 영상이 유포됐고, 이는 피어슨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리그 개막까지 한 달여 남은 시점이었다.
후임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첼시 감독 시절 경기마다 선발 명단을 바꿔 ‘팅커맨’으로 불리었고, 내세울 만한 우승 경력도 없었다. 레스터 부임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으로 페로 제도에 패해 인지도가 급추락한 상태였다.
레스터의 골수팬인 잉글랜드 레전드 게리 리네커조차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진심이야?(Really?)”라며 의문을 품었다.
레스터와 라니에리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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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시즌 초 "무실점하면 피자 사줄께"와 같은 소소한 기사거리로만 관심을 끌었다. 지금 상황은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사진(잉글랜드 스완지)=AFPBBNews=News1 |
라니에리 감독은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 이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너무도 뻔한 전술과 전략인데,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팀(Ex 맨유 맨시티 첼시 등)들도 쉽게 넘어뜨리질 못했다. 그만큼 단단했다.
여기에 동기가 충만한 무명 선수, 예컨대 리야드 마레즈, 제이미 바디, 다니엘 드링크워터, 은골로 캉테, 들이 기량을 폭발했다. 이들은 몸값만 수십, 수백 배 차이 나는 빅클럽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21일 뉴캐슬유나이티드 원정 승리로 선두를 탈환한 레스터는 박싱데이에서 흔들리며 선두를 잠시 내줬으나, 1월 13일 토트넘전 승리를 기점으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끝내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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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도 나타나지 않을 우승이라니… 팬들은 난리가 났다. 사진(잉글랜드 레스터)=AFPBBNews=News1 |
추격자 중 아스널은 스스로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던 토트넘도 35~36라운드에서 웨스트브로미치와 첼시와 비기며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레스터는 맨유 첼시 맨시티 아스널 블랙번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 6번째 클럽으로 등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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