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큰 숙제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풀이 방식은 간단했다. 술술 풀어 해결했다. 출발이 다소 늦었으나 성큼성큼 따라가고 있다. 개막 33일 만의 1승과 함께.
지난 4월 넥센에겐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양훈이 예상 외로 주춤했던 것. 3경기에 등판해 난타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8.80(15⅓이닝 16실점 15자책)까지 치솟았다.
제구가 안 됐다. 특히, 변화구 위주의 투수가 그 주무기를 쓸 수 없다면, 제 힘을 펼치기 어려울 수밖에. 속구에 대한 비중을 높였으나 역효과였다. 양훈의 속구 구속은 빨라야 140km 초반이다.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 아니다. 양훈은 “제구가 안 되니 말렸다. (속구 비율을 높였다가)많이 맞았다”라고 했다.
양훈은 넥센의 3선발. 외국인투수가 원투펀치로 활약하는 넥센의 사정상, 3선발은 토종 에이스와 같았다. 그만큼 양훈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를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불펜 이동, 특단의 조치였다.
부담감을 덜고 제구를 다시 잡으라는 배려이기도 했다. 충분한 시간을 줬다. 2~3번 선발 등판을 거를 계획이었다. 그리고 양훈은 지난 4월 24일 고척 LG전부터 불펜 대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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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의 양훈은 오는 8일 고척 KIA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그의 시즌 6번째 경기이자 1번째 고척돔 경기다. 사진=MK스포츠 DB |
문제를 고쳤으니, 굳이 불펜에 더 둘 이유가 없었다. 선발진 복귀와 함께 5월 3일 대구 삼성전 등판을 준비하라는 명령이었다. 손혁 투수코치는 “(NC전 5이닝 소화는)계획된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 투구 밸런스, 투구수 관리 등이 모두 좋았다. 어차피 선발진에 돌아와야 했으니 (그 시기가)앞당겨진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양훈은 “너무 맞춰 잡으려 의식한 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변화구의 각도 안 좋았다. 비디오 영상 분석을 통해 이런 문제를 고쳐갔다. 그리고 불펜으로 간 뒤 작은 변화와 함께 부담 없이 편하게 공을 던졌다. 조금씩 (감과 제구가)잡혀가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양훈은 선발진 복귀 후 첫 등판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6이닝 동안 안타 7개와 볼넷 2개를 내줬으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무실점으로 막았다. 양훈은 “매 이닝 안타를 맞았는데, 야수 및 불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동료들이 잘 해줬다”라고 고마워했다.
동료의 지원에 힘입었으나 양훈의 피칭도 인상적이었다. 포수 박동원에 따르면, 이날도 양훈의 공은 ‘베스트’가 아니었다. 이에 양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속구가 별로였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2회 들어 슬라이더 위주로 패턴을 바꿨다. 타점 높은 슬라이더는 절묘했다. 이날 128~134km 구속과 예리한 각으로 삼성 타자들을 애먹였다. 슬라이더는 85구 중 34구였다. 양훈은 “변화구 중 슬라이더가 특히 잘 됐다. (박)동원이의 리드로 2회부터 속구를 잘 섞으면서 슬라이더 위주로 공을 던졌다”라고 말했다.
양훈은 지난해 트레이드로 넥센으로 이적한 뒤 1경기 최다 이닝이 6이닝이었다. 그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6회까지 투구수는 85구였다. 그러나 양훈은 7회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적절한 타이밍에 (감독님께서)잘 바꾸신 것 같다”라며 개의치 않다고 했다. 양훈의 8일 고척 KIA전 등판 준비를 고려했다.
양훈은 요즘 마음이 설렌다. 첫 승을 거뒀기 때문이 아니다. 고척돔 등판을 앞두고 있어서다. 양훈은 올해 5경기에 나갔지만, 대전-잠실-인천-창원-대구 등 모두 원정경기였다. 게다가 추위, 비, 바람 등 환경도 좋지 않았다. 이번 8일 경기에는 그 악조건이 없다. 더 많은 넥센 팬의 응원도 받을 수 있다.
고척돔 등판 경험이 전무하진 않다.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경험했다(3월 17일 두산전 4이닝 3실점-3월 23일 롯데전 4⅔이닝 3실점). 그러나 구위, 제구, 컨디션 등 점검에 중점을 둬 큰 의미가 없다. 그래도 양훈은 2경기 모두 힘이 떨어져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인상적인 역투를 펼쳤다.
손 코치는 양훈의 현 상태를 80%라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양훈도 아직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점점 좋아지고 있다.
설렘 속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 물론,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의 마음가짐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 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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