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지난 5일 대구 경기, 12회초가 끝났을 때만 해도 한화에게 유리한 흐름이었다. 8회와 9회 역전 기회를 놓쳤으나 10회에는 김태균의 2타점 2루타로 살렸다.
2점의 여유. 그러나 한화는 이틀 연속 진땀승이었다. 이번에도 삼성의 거센 반격에 고전했다. 8회 등판해 2이닝 퍼펙트를 한 정우람이 다시 마운드에 섰다. 이미 36개의 공을 던진 상태였다.
정우람은 선두타자 배영섭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1B 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3연속 볼을 던졌다. 그리고 박해민은 정우람의 초구를 공략,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순식간에 무사 2,3루의 위기. 중심타선으로 이어졌다. 홈런 하나면 경기 종료.
정우람은 “배영섭을 상대할 때 2S를 잡은 뒤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다. 좀 더 긴장했어야 했다. 박해민에게도 바깥쪽으로 공을 던진다는 게 가운데로 몰렸다”라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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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람은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회 구원 등판해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한화 이글스의 4연승을 이끌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정우람은 조인성의 리드에 따라 위기를 타개했다. 이승엽을 유격수 뜬공으로, 최형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 사이 배영섭이 홈으로 들어와 스코어는 8-7. 아직도 한화가 앞섰다. 김태완을 거르고 이상훈과 승부를 펼치자고 했다. 그리고 그 전략을 맞아떨어졌다.
정우람은 “(조)인성이형의 조언대로 무실점에 대한 부담보다 실점을 하더라도 막자는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 인성이형의 리드도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하던 정우람 옆으로 지나가는 조인성이 “고맙다”라고 하자, 정우람은 “내가 더 고맙다”라며 고마움을 교환했다.
정우람은 이상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세리머니를 펼쳤다. 큰 기쁨을 몸으로 표현한 것. 마치 지난 5월 26일 고척 넥센전을 연상케 했다. 정우람은 “기쁜 건 같은데 오늘은 공을 더 많이 던져 힘든 상황(넥센전은 1⅓이닝 25구-그러나 연투로 전날에는 1⅔이닝 35구)이었다. 그래서 오늘 액션이 더 컸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정우람은 3이닝 동안 총 59개의 공을 던졌다. 종전 시즌 최다 투구수(38개)보다 21개나 더 많았다. 정우람은 “박빙의 승부였다. 내가 잘 막으면 분명 타선이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팀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을 때 (최대한)이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이기고 싶었다
그러면서 정우람은 “지금은 나중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팀이 잘 나가고 있으니 보다 책임감을 갖고 던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팀이 승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책임감이 크다”던 권혁이었다. 정우람의 마음가짐도 권혁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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