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최근 축구계 트렌드는 ‘1990년대로의 회귀’다.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한 무적함대 스페인, 유럽 클럽을 평정한 FC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패스의 아름다움을 살린 점유율 축구가 대세 전술로 떠오른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구식 전술이 다시 인기를 끈다.
펩 과르디올라 시절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절대로 공을 넘겨주지 않겠다’로 표현한다면,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한 레스터시티의 축구는 ‘공, 그것이 뭣이 중헌디?’ 정도로 묘사할 수 있다.
↑ 유로 2016에선 테크니션을 앞세운 스페인, 크로아티아 등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사진(프랑스 파리)=AFPBBNews=News1 |
웅크리고 있다가 확 펼치고, 숨을 고르는 척하다가 기습 펀치를 날리는 축구로 성공한 팀이 레스터 하나라면 대세거니 어쩌니 할 것도 없이 ‘안티풋볼’ 내지는 ‘버스축구’라는 별명을 달아 비아냥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축구에서 두드러진 팀들이 하나같이 레스터와 비슷한 성향을 지녔단 점은 놓칠 수 없는, 놓쳐서 안 되는 부분이다.
2013-14시즌 프리메라리가를 제패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아틀레티코마드리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스리백 전술로 준결승까지 다다른 네덜란드,
가깝게는 유로 2016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포르투갈, 이탈리아, 웨일스, 아이슬란드가 흐름을 주도하는 팀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점유율보다는 무실점, 공격보단 수비, 피를로보단 가투소, 공보단 골에 선호하고 그것에 집착했다. 이탈리아는 유로 2016 16강전에서 41%의 점유율로 스페인을 2-0으로 물리쳤다. 같은 라운드에서 아이슬란드가 잉글랜드를 2-1로 물리칠 때 기록한 점유율은 37%에 불과했다.
↑ 수비, 압박, 역습으로 축약할 수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최근 3년새 두 번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다. 사진(이탈리아 밀라노)=AFPBBNews=News1 |
스포츠 전문방송 ‘스카이스포츠’가 제공한 통계를 보면 점유율의 의미가 점차 퇴색한다는 사실과 마주할 수 있다. 스페인 축구 전문가 기욤 발라게는 이를 두고 “축구가 1990년대말로 되돌아갔다”고 적었다.
유로 2016에서 한 경기 45%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이 승리한 경기수는 전체의 30%에 달하는 15경기였다. 3%(2경기)에 불과했던 2006 독일 월드컵, 5%(3경기)를 기록한 2010 남아공 월드컵과는 엄청난 차이로 유로 2012(19%) 2014 브라질 월드컵(25%)을 거치며 점차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을 목격할 수 있다. 2007-08시즌 40%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이 승리한 경기수가 19경기였던 것이 8년 뒤인 지난시즌에는 52경기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는 20개팀을 통틀어 18위의 시즌 평균 점유율(44.7%)을 올린 레스터가 큰 몫을 담당했다.
티키타카는 아름답지만, 늘 역습 위험을 안았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주창하는 대로 공을 소유한 자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달려나가 부술 자신, 실력, 의지가 없다면, 황정민처럼 상대를 ‘드루오게’ 하여 원하는 바를 얻어라.’ 최근 축구계가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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